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시-소리치는 오월에

이팝나무에 볼 부벼대는 귀여운 햇살이

애교 떠는 강아지처럼 꽃잎을 핥고

흙내음 풋풋한 풀 하나 흔들림만 보아도 붉어질 것 같은 수줍음에

바람 부른 대로 가슴 설렌 발길을 멈추게 하는 오월

달처럼 서럽고 별처럼 외로운

수수하고 은은한 연보랏빛 라일락 꽃향기와

은보라 구슬들이 조잘거리고

소쩍 소쩍 울음 우는 소쩍새같이 아름다운 오월은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녹색의 활기를 주기엔 충분하다

올해처럼 추적추적 잦은 봄비가 내린 적이 없었고

하늘도 비통해했고 땅들도 젖었던 그날 이후 오월은 세상을 여지없이 눈물바다로 만들었지

지켜주지 못하고 함께 있지 못한 통곡 소리만 메아리치고…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는 것이 아니라 흰국화를 바치면서

얼굴과 입술은 새까맣게 타들어가지만

그냥 그냥 한 번만 품에 안아서 보내고 싶다는 오열 앞에서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질 않는다

연등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아픔을 함께"를 담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울 때 잠시 평온함을 그린 위로곡이 나왔고…

팽목항에서 전국 각지로 노란 리본은 물결을 이루었고…

하늘이시여 길을 열어주시고

바람이시여 멈추어서

꽃피는 들판에 희망을 뿌려주시듯

부디 영원과 사랑이 있는 밝은 그곳에서

못다 한 열여덟의 꿈의 나래를 활짝 펴게 하소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평안하시길…

조봉아(대구 달성군 옥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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