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양로원으로 가는 최초의 세대

한때, 상담은 심리적으로 유연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다양한 성격장애와 정신적 고통으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내담자 자리에 와서 심리적 정신 치유만을 주로 하는 개입활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 간의 관계기술의 미숙함으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대인 관계를 위한 대화법 부족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또는 가족 역할과 그 기능에 대한 부족함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은 당장 무엇이 불행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위기의 다급한 사람들이기보다는 다만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효율적인 가족 관계의 디자인을 수정하러 온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싶다. 그래서일까. 성공한 성인 자녀들과 갈등을 겪는 황혼기 부부들의 사연이 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 보면 별 문제없이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가족의 질서가 뒤집어지고, 가족이라는 체제(system) 속의 한 요소인 부모, 자녀 간의 역할 혼미와 존재의 부재로 흔들리는 사람들이다. 특히, 노년기 부모들이 다 키워준 자식들에게 기대수준에 미치는 대우는커녕 냉담한 학대와 현실적인 유기까지 당하고 있는 마음 아픈 사연들을 듣노라면 필자의 마음속엔 어렸을 때 듣던 강기슭에 붙어 사는 다슬기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린 다슬기는 태어나자마자 어미 다슬기 껍데기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어미의 살로부터 필요한 영양분을 빨아들여 무럭무럭 자라다가 결국 어미의 모든 것을 취하고 드디어 어른 다슬기로 거듭난다. 어미는 서서히 빈 껍데기만 남고 생을 다해 간다.

부모는 그런 것이다. 다슬기처럼 자기의 살과 피를 나누어 먹이고 그로 인해 자식이 성큼 자라게 돕는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날 이 다슬기의 빈 껍데기처럼 빈 둥지가 된 부모의 보금자리는 자식이 아닌 보험회사가 줄지어 계약을 기다리고 있고, 발을 뻗을 자식의 집 대신 양로원의 침상이 언제든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문득, 필자의 머릿속엔 미래 노년의 생활을 조망하는 노인의 심리와 현대적 세대 간 변화 추이에 발 빠른 어느 한 보험회사 사원의 말이 생각났다.

"앞으로 우리 세대는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며 동시에 자식의 품에서부터 양로원의 품으로 안겨야 하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입니다." 그때가 지금 같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보험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을까.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