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천만원 날릴뻔" 가슴 쓸어내린 어르신

조만간 만기 적금 서둘러 해약, 이상히 여긴 새마을금고 직원 보이스피싱 알려줘

29일 오전 대구 서구 와룡새마을금고 내당지점. 70대 정모 씨가 뛰어 들어와 본인 명의 3천만원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해달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만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정기예금을 해약하겠다는 정 씨의 요청에 새마을금고 직원은 "지금 해약하면 손해가 크기 때문에 만기를 기다리시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하지만 정 씨는 막무가내로 해약하고 다른 계좌로 예금을 옮겨달라고 했다. 정 씨가 휴대전화를 들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직원은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했다. 통화내역에는 해외에서 발신된 여러 통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직원이 캐묻자 정 씨는 그제야 사정을 얘기했다. 이날 아침 정 씨의 집으로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정 씨의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돼 금융기관에 맡겨 둔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어느 곳에 예금이 많은지를 물었다. 정 씨는 새마을금고에 3천만원을 예치해뒀다고 말했다. 전화를 한 사람은 당장 예금을 자신이 알려주는 계좌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2시간 정도 뒤에 형사가 집으로 찾아갈 것이고, 절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처리해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전 금감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았냐"는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사람의 전화가 오자 정 씨는 큰일이 났구나 싶어 새마을금고로 뛰어간 것이다.

금고 직원들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설득하자 그제야 정 씨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정 씨는 "평소 언론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많이 접했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에도 참가했기 때문에 내가 속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금감원과 경찰을 사칭한 전화가 오니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는데 새마을금고 직원들 덕분에 큰 피해를 막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변은주 와룡새마을금고 내당지점장은 "어르신이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것을 막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고액을 한 번에 다른 계좌로 옮기는 등 의심 행동을 보이는 고객이 있으면 직원들이 항상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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