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훈민정음 상주본 국가반납 가능하긴 할까

소유자 절도 무죄 확정…명예회복 후 기증 약속, 판결나자 "소유권 주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절도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배익기(51'상주시 낙동면) 씨(본지 2012년 9월 8일 자 2면 보도)가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억울한 절도혐의를 벗고 명예를 회복하면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배 씨의 항소심 재판부 약속 이행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 3부는 29일 한 골동품업자의 판매장에서 훈민정음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배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판매장에서 발견한 고서가 국보 제70호와 동일 판본인 훈민정음 해례본임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검사가 범행했다고 기소한 그 일시에 상주본을 훔쳤다는 증거도 부족하다"며 원심의 무죄 이유를 그대로 인정했다.

"무죄를 선고받으면 상주본을 내놓겠다"고 했던 배 씨는 판결 이후 당초 입장을 바꿨다. 그는 "지금 문화재청이 갖고 있는 소유권이 법적으로 내 것으로 인정돼야 국가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무죄만 선고받으면 내놓겠다고 했으나 다소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상주본의 소유권 공방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08년 7월, 배 씨는 "집을 수리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공개했고, 문화재청 등 전문가들이 감정한 결과 "상주본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으로 1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주지역 골동품상 조모 씨(2012년 사망)가 "내 가게에서 도난당한 것"이라며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4년여에 걸친 송사 끝에 조 씨가 승소해 법적으로 상주본은 조 씨 소유가 됐다. 하지만 배 씨가 상주본을 숨겨버리고 내놓지 않았고, 결국 배 씨는 절도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골동품상 조 씨는 상주본 실물을 가져오지 못한 상태에서 2012년 5월 국가에 기증식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소유권은 문화재청이 갖고 있다. 배 씨는 2012년 9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고 3개월 뒤 조 씨는 사망했다. 배 씨는 "지금 상주본을 내놓으면 기증자는 조 씨가 되는 것 아니냐. 일단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 소유권부터 찾겠다"고 했다.

상주본 공개가 다시 미뤄지면서 상주본의 보존상태와 훼손 여부에 대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배 씨가 2008년 공개한 이후 6년간 상주본은 한 번도 실물이 확인된 적이 없다.

배 씨가 상주본을 혼자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고 1년여 수감생활을 했고, 항소심에서 무죄로 석방된 이후에도 상주본의 보존상태에 대해서는 외부에 일체 언급이 없었다. 일부에서는 훼손을 우려했고 또 한편에서는 배 씨가 갖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 씨는 "숨겨둔 해례본은 훼손 없이 내가 잘 보관해두고 있다"고 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문화재청이 소유권을 갖게 된 것은 배 씨의 절도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배 씨의 혐의가 무죄로 판명난 이상 배 씨가 재심을 청구하면 소유권도 다시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배 씨의 현재 입장과 법조계의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배 씨에 대한 소유권 민사소송 재심 결과가 나온 뒤에야 공개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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