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보헤미안 랩소디

보헤미안 랩소디/ 정재민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1억원 고료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주인공은 서른 살의 판사인 하지환. 하지환과 싸우는 상대는 환자보다는 자신과 병원, 제약회사 편에 서서 과잉진료를 일삼는 의사 우동규. 이 소설은 권력층의 일원인 판사에게조차 사법 체계가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 불의한 현실을 통해 정의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은 요즈음 개인의 정의 실현에 대한 콘텐츠가 양산되는 이유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현직 판사인 작가의 질문은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절실해진다. 이야기는 작가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허구가 아니다. 이 시대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 소설은 또한 개인의 내면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상처의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환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고, 서울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에 합격, 판사가 된 인물이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이력을 가졌지만 판'검사가 되어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홀어머니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상처는 보듬을 새 없이 불쌍한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광대의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묻어둔 채 어머니의 바람대로 살아온 그다.

정재민은 2010년 '소설 이사부'로 매일신문 주최 제1회 포항국제동해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14년 '보헤미안 랩소디'로 제10회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외교부 독도법률자문관으로 근무하였고, '국제법과 함께 읽는 독도현대사'(2013)를 펴냈다. 법관이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는다는 점에서 법관과 소설가는 닮았다. 양쪽 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텍스트와 기술을 압도한다." 29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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