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띄어쓰기

"선생님, '체험 학습'은 붙여 쓰는 거예요, 아니면 띄어 쓰는 거예요?"

"'생년월일 순으로 들어 가시오'라고 쓴 게 맞나요?"

학교에서 다른 교과 선생님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즉답은 못해주고 컴퓨터로 사전을 검색한 후에 답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말에서 띄어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국어 선생한테 물어볼 필요 없이 사전만 찾아보면 의외로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띄어쓰기이기도 하다.

우리말에서 띄어쓰기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단어를 기준으로 띄어 쓰고, 조사는 붙여 쓴다는 것이다. '너에게 할 말이 있다'라고 하면 여기에서 단어는 '너, 에게, 할(하다), 말, 이, 있다'가 된다. 그중 '에게, 이'는 조사이기 때문에 붙여 쓰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하나로 굳어진 합성 단어의 경우는 국어 선생들도 일일이 알기는 어렵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이 글에서 왜 '띄어쓰기'라는 단어는 붙여 쓰고, '띄어 쓰고'는 띄어 쓰는가 하는 문제이다. 답은 '띄어쓰기'는 한 단어로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붙여 쓰는 반면 '띄어 쓰다'는 한 단어로 굳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단어 이상의 말이 합쳐져 하나로 굳어진 말은 사전에 등재가 되기 때문에 붙여 쓰는지 띄어 쓰는지 알려면 국어 선생들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사전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체험학습'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러면 '체험 학습'으로 띄어 쓰면 된다. '들어 가시오'의 경우는 사전에 '들어가다'라는 말이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들어가시오'로 붙여 쓰면 된다.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생년월일순'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없으니 두 말은 띄어 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순'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홀로 쓰이지는 못하고 다른 말에 붙어서 의미를 더하는 접사 '-순'으로 등재가 되어 있다. 접사가 붙는 말은 '나이순, 키순, 재산순' 등과 같이 얼마든지 확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두를 사전에 등재할 수 없다. 그래서 접사가 붙은 말은 사전에 등재되지 않아도 한 단어로 인정이 되기 때문에 '생년월일순'과 같이 붙여 쓰는 것이다.

아무리 국어를 잘 아는 사람이라도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너무 잘게 띄어 써서 어색해 보일 때는 붙여 쓰고, 너무 길어서 어색해 보이는 경우 띄어 쓰라고 한다. 또 애매하면 무조건 띄어 쓰라고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띄어쓰기를 하는 이유, 즉 읽기의 효율성을 위한다는 점에서나 일상생활에서는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확하고 모범적인 글을 써야 할 때에는 사전을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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