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 큰 장학금' 여우균 이우장학회 설립자 별세

11년간 53억원 출연 479명 수혜…전국 읍·면 단위 최대 재단 운영

"1인당 200만~300만원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았어요.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이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시골의 부모 신세를 좀 덜 지고 공부하려면 적어도 500만원은 돼야 하지요. 장학금 수혜자 가운데 검사도 나왔어요."

'통 큰 장학금'으로 대구 달성군 인재 육성에 헌신해온 ㈜화남피혁 창업주이자 이우장학회 설립자인 여우균 회장이 지난달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故) 여 회장은 1939년 대구 달성군 가창면 출신으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신발과 가방, 소파 등에 쓰이는 피혁 원단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을 40여 년 동안 정도경영으로 이끌어온 기업가다.

고인은 지난 1975년 피혁업계에 투신한 이후 직접 1986년 화남피혁을 설립했다. 이후 집중적인 연구'설비 투자와 외국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로 기술 혁신 및 지속적인 신상품 개발을 이뤄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 경영 혁신을 이뤘다.

특히 해외 시장을 개척해 전체 생산물량의 90% 이상인 7천만∼8천만달러 규모를 해외 브랜드 기업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1990년대 다른 피혁 공장들이 생산 원가가 낮은 중국 등 동남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생존할 수 없는 기업은 해외에서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경영 마인드로 국내에서 피혁 산업을 성장 발전시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화남피혁은 창업 후 지금까지 연속 흑자 경영을 해오고 있다.

고인은 주5일 근무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으뜸 일터상을 수상했고, 1996년 상공의 날 무역진흥을 통한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철탑산업훈장 등 각종 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모범 중소기업인으로 은탑산업훈장 수훈 확정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한 고인은 고향 후학들을 위해 통 큰 장학사업을 꾸준히 펼쳐 인재 육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2002년부터 가창면에 사재 10억원을 출연, 이우장학회를 설립했다. 2004년 제1회 장학생 28명에게 3천95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모두 479명에게 13억5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고인은 장학 지원을 늘리기 위해 2004년과 2008년에 각각 10억원, 2010년 3억원, 2011년 20억원 등 모두 53억원의 사재를 재단에 출연했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 장학생에게는 1인당 1천만원을 지급하는 등 전국의 읍'면 단위 장학재단의 지원 규모로는 최대 규모로 장학재단을 운영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인은 2007년에는 달성군민상 지역사회봉사 부문 상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신민자 씨와 아들 승태 씨(화남피혁 대표이사)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 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6시,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7시 30분 경기 안산시 성곡동 화남피혁 본사에서 열린다. 장지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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