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난에 웃고 우는 대학가 동아리

PT·토론방은 기업서 후원금…봉사단체 지원자 없어 위기

취업난이 대학가 동아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토론 동아리처럼 취업과 관계가 깊어 회원이 많은 동아리들은 기업에서 활동비를 지급받는 등 형편이 여유롭다. 하지만 학술 동아리나 연혁이 짧은 봉사활동 동아리는 지원자가 없어 문을 닫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동아리 운영 지원금마저 동결되거나 삭감돼 일부 동아리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올해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의 동아리 운영 지원금은 동결됐고 대구가톨릭대의 경우 등록금 인하 등의 이유로 운영지원금이 줄었다. 신입생이 적어 운영이 어려운 일부 동아리들은 활동 실적이 저조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영남대의 한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정양호(27) 씨는 "기업 지원을 받는 동아리나 일반 동아리나 활동 내용은 비슷하지만, 일반 동아리는 지원자들이 적다 보니 운영비가 부족해 동아리 유지'활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반면 특정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홍보해 주고 활동비를 받는 동아리들은 살림이 넉넉하다. 이들 동아리는 활동비는 물론 용돈까지 벌 수 있어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 경북대 상상서포터즈 소속 최호열(30) 씨는 "가입 경쟁률이 10대 1에 이르는 동아리들도 있다. 졸업 후 관련 기업에 지원할 때도 유리한 경력을 쌓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동아리에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이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후원 기업들이 동아리 운영 방침에 개입하거나 기업과 동아리 지도부 측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있다. 대학생 이응진(22) 씨는 "간혹 동아리 부원들이 후원 기업의 편을 들기도 하는데 이는 활동비와 운영권을 맞바꾼 셈"이라고 했다.

취업과 운영비 확보에 치중하다 보니 대학 동아리마저 순수성을 잃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대학생은 "취업난이 대학생이 누려야 할 다양성을 앗아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요즘은 선후배가 막걸리 한 잔 놓고 사회문제 등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여현동 계명대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취업에 유리한 동아리로 많은 학생이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아리별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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