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명칼럼] 대구 살릴 적임자는?

오는 수요일이면 대구 시장을 꿈꾸며 막상막하의 강 대(對) 강 대결을 벌이고 있는 두 남자 가운데 한 남자는 운다. "당선되어도 대구시장 오래하지 않겠다"며 내심 큰 꿈을 꾸고 있는 한 남자와 대구시장을 발판으로 차기 대선 후보에 진입하고픈 다른 남자가 진검승부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해방 이후 줄곧 따라붙던 '반골의 도시' 대구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통령 못자리' 도시가 되면서 여당 텃밭으로 바뀐 기류가 지속되느냐, 19년째 지역내총생산(GRDP)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꼴찌인 현실을 뒤집기 한판으로 끝내느냐 아무도 모른다.

물론 송영우 통합진보당 후보, 이원준 정의당 후보, 이정숙 무소속 후보와 같은 40대 젊은 도전자들도 있지만 올 선거는 50대 두 남자의 대결로 압축된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대구시는 부산광역시와 비교해서 경제력과 인구는 딸리지만, 문화'예술'교육 면에서는 때로 부산을 능가하기도 하는 '3위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은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인구 면에서는 인천에, 소득 면에서는 울산에, 접근성에서는 대전에 밀리기 시작한 지 오래다. 250만 대구시민은 새 시장이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해 주기를 기대한다.

살인적인 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들처럼 홍수 피해나 기후 변화가 별로 없는 안정적인 도시 대구에 누가 새 숨결을 불어넣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녀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도록 만들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습관적으로 투표하면 안 된다. 4년 전 지방선거(투표율 45.9%)에서처럼 절반 이상이 투표를 포기한 '반쪽 시장'이 나와서는 대구 발전을 견인하지 못한다.

지역 인재 중용'중앙 예산 확보'대구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야당 후보를 택해 '가지 않은 길'을 가 볼 것인지, 친박 3선'재선의원들을 크게 제압한 비박(非朴) 여당 후보를 골라 '풀죽은 대구'를 완전 칼칼하게 혁신시켜 볼 것인지 마음을 결정해야 된다. 두 후보는 정치 입문 초중반에는 비슷한 길을, 최근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경북 안동 남선면 양지마을 촌놈으로 대구 청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를 다니면서 1980년대 서울의 봄을 시위로 물들이던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지 100일 만에 집권 여당의 후보자리를 꿰찼다. 한동안 몰입하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참여는 운동권에 좌파 성향이 강해지면서 결별을 고했다. 이후 통일부 사무관 공채에 합격하면서 공직의 길을 걸었다. 1999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보좌역으로 정치에 발을 들인 권 후보는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요로 중진들과 인맥이 깊어 대구발전에 필요한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경북 상주 오대리 산골마을 5대 독자로 태어난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는 경북고를 마치고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 한 뒤부터 줄기찬 유신 반대 운동으로 여러 번 옥살이를 했다. 당시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모인 1만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민주화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 각자 결단하여 민족의 앞날을 열자"고 독려한 명연설은 '아크로폴리스의 사자후'로 기억될 정도로 유명하다. 여당 대통령 배출지에서 야당 김 후보가 당선되면, 대구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야당의 협조를 잘 구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김 후보의 낙선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유권자들이 적지않았다.

그러나 차기 대구 시장은 그보다 더 과감한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광주 강운태 전 시장(현 무소속)의 경우, 광산구 평동에 있는 포 사격장(70만 평)을 인접한 장성군 보병학교 종합훈련장 안(內)으로 옮기도록 만들었다. 이미 있는 군부대 내로 포 사격장을 이전하니, 대체 부지 확보비용이 들지 않고 이전 시설비만 부담하면, 도심의 70만 평을 개발부지로 가질 수 있게 만들어놓고, 재선에 출마했다.

그렇게 대구를 위해 큼직한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인물을 차기 시장으로 뽑아야한다. 인연과 학연에 따라 광역시장을 뽑는 시대는 지나갔다. 대통령 배출지라는 정치적 착시현상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차별받고 있는 대구의 객관적 사실을 적시하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후보만이 대구시장이 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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