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접시만 한 사람의 얼굴에 비슷한 모양의 눈이 두 개, 코와 입술이 하나씩 있는데 각양각색의 다른 얼굴이 만들어지니 신기하다. 젊어서 성형외과 공부를 처음 할 때 눈, 코, 입의 위치나 비율, 균형 등이 예쁜 얼굴을 구분 짓는다고 교과서에서 배웠고 쉰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사람의 얼굴에서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본질이 무엇인지 똑 부러지게 말하기 어렵다.
아름다운 얼굴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 수만 년 동안 자신의 DNA 퍼트리기 본능에 충실하게 진화된 남자의 눈은 스쳐 지나가는 여성의 얼굴을 0.01초만 보고도 순간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예쁜 여자를 지나친 이후에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검토하게 되는데, 애인이나 아내와 함께 있는 경우에는 대단히 조심하여야 한다. 부주의하게 고개를 많이 돌리거나 눈동자가 많이 돌아가면, 지난 수만 년 동안 남성들을 감시하며 진화된 예리한 여성의 눈을 가진 애인이나 아내로부터 가혹한 시련을 당하게 된다.
하여튼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은 대단한 특권이며, 강력한 권력이다. 역사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은 시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기도 하였고, 상류 특권층의 소장품이 되기도 하였는데, 현대사회에서는 영상매체를 통해 여성의 아름다움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상품화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미모는 더욱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한국 여성들의 성형수술에 대한 대단한 열망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객관적 스펙 쌓기와 같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워져서 남다른 대우를 받고 싶은 가장 인간적인 욕구이므로 탓할 일도 아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관심을 끌 수는 있겠지만, 예쁜 마네킹이 오랜 친구가 될 수 없듯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인간미 넘치는 내면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어려운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이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진실의 순간'에는 아름답던 얼굴 뒤의 민낯을 볼 수 있는데 이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판단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성형외과 의사인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얼굴은, 자신감 있게 드러낸 화장기 없는 밝은 얼굴 바탕에 콤플렉스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맑은 눈과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기 개성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는 도도한 콧대, 그리고 인터넷 검색이 아닌 사색을 통해 가치관을 정립하여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줄 아는 선명한 입술을 가진 얼굴이다. 이런 아름다운 여성을 만난다면, 아내로부터 심하게 꼬집히더라도 고개를 한 번 더 돌려서 유심히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정재호(오블리제성형외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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