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낡은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사고에 노출돼 있다. 사용한 지 30년을 훌쩍 넘은 이들 터미널은 노년층의 이용률이 높아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함에도 예산 부족과 이전 계획을 이유로 보수를 미루고 있다.
지난해 4월 이모(79) 씨는 경주에서 대구에 사는 자녀를 만나러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이하 동부터미널)에 왔다. 마중 나온 가족을 만나 택시를 타러 승강장으로 가던 중 이 씨는 파손된 계단을 밟고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이 씨는 현재까지 1년 넘게 병실에 누워 호흡기와 영양제 주사로 연명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동부터미널 측에 "왜 낡은 시설을 미리 고치지 않았냐"며 따져 물었지만 터미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가족들은 올 3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975년에 지어진 동부터미널은 이용객과 차량의 출입로를 분리하지 않아 위험한 광경이 벌어지는 일이 잦다. 이곳의 서쪽 차량 출입로로 사람들이 수시로 가로질러 다니고, 대기실로 향하는 시민들은 버스와 나란히 따라 걸어야 한다. 금이 가고 부서진 북쪽 계단은 급하게 시멘트로 발라놓았다. 계단 모서리의 미끄럼 방지용 고무 띠는 덧씌워진 시멘트로 인해 보이지 않았고, 일부 드러난 고무 띠는 부서져 발을 헛디딜 위험이 있다.
버스 주차장과 승강장의 아스팔트 바닥 곳곳에는 웅덩이(폭 50㎝, 깊이 3㎝)가 파여 흙바닥이 드러나 있다. 웅덩이를 지나는 사람들이 발을 헛디디는 일이 잦다. 동부터미널은 올 5월 동구청의 안전점검에서 대기실 바닥의 파인 부분 등을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동부터미널과 같은 해 지어진 서구 비산동의 북부시외버스터미널(이하 북부터미널) 역시 위험을 노출하고 있다. 2층 벽은 금이 간 상태로 방치돼 있고, 대기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미끄럼 방지용 고무 띠가 파손돼 있었다. 유리벽으로 된 대기실 입구에는 피난 유도등이 없었고, 벽면에는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까지 구리선이 드러난 전선이 늘어져 있었다.
1982년에 문을 연 북구 노원동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이하 서대구터미널)은 최근 개'보수를 했지만 여전히 낡은 곳이 남아 있다. 대기실에서 승강장으로 향하는 장애인 전용 경사로 바닥에 팬 곳(폭 50㎝, 깊이 3㎝)이 있었다. 건물 출입구의 나무 턱과 시멘트 계단의 모서리 곳곳이 떨어져 나갔다. 건물 외벽으로 뻗어 나온 에어컨 전선은 피복이 벗겨진 채 있었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이들 터미널이 방치된 이유는 예산 문제로 눈에 띄는 승강장 등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동부터미널 소유주인 ㈜동부개발 관계자는 "2016년 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면 그곳으로 옮길 것이기 때문에 개'보수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앞으로 터미널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시설을 점검하겠다"며 "위험한 곳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한 뒤 개선명령을 내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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