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구의 정치지형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대구 정치기반이 없었던 권 당선인이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대구 권력의 정점에 오르면서 경쟁의 무풍지대였던 대구 새누리당도 경쟁 구도를 맞이하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선전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 후보가 40%가 넘는 득표로 야권이 전초기지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시민들은 새누리당 후보에게 '당선'이라는 선물을 줬지만, 김 후보와 야권에는 '희망'을 주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여전히 새누리당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가 77.73% 득표로 3선에 성공했고, 권 당선인에게도 60%에 가까운 지지를 보냈다.
◆지역 정치권 경종
권 후보의 당선은 대구 정치권의 구태, 특히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권 당선인은 줄곧 새누리당 리더십의 교체를 주장해왔다. 그는 "새누리당 내에서 치열한 경쟁 과정을 통해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으로 교체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말했다.
권 당선인이 불리한 조건에도 당내 경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대구시장에 당선된 배경에는 기존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당원과 시민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담겨 있다.
기존 새누리당으로 대변되는 대구 정치권은 민심보다는 중앙권력 줄 대기에 더 관심을 쏟았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 정서 탓에 선거 때만 되면 민심에 부응하기보다는 중앙당 낙점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이런 국회의원들을 쳐다보며 줄 서기에 바빴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뒷전이고 국회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행보가 최선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민심은 철저하게 뒷전으로 밀려났고, 오히려 민심 위에 군림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지금까지 기존 새누리당 정치권에 짝사랑을 버리지 못했다. 비판을 하면서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온정주의에 밀려 또다시 힘을 실어주는 행태를 반복했다.
권 당선인의 등장은 기존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한 반발을 의미한다. 차기 총선에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절묘한 선택
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의 득표율을 보인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지역 정치권에 던진 의미는 크다.
지금껏 대구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아닌 후보가 40%를 넘긴 적은 전무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는 일약 야권의 잠룡(대권 주자)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야당세가 전무했던 대구에서 김 후보의 지난 총선에 이은 또 한 번의 선전으로 대구가 야당 전초기지로의 변화와 희망의 싹을 틔웠다는 것이다.
특히 김 후보는 이달 1일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처음으로 대망론을 언급했다. 이번 선거를 교두보 삼아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지역 정가는 풀이했다.
지역 한 정치인은 "이번 선거에서 40.3%의 득표율을 받으면서 김 후보의 대망론은 큰 힘이 실리게 됐다"면서 "여권의 견고한 텃밭인 대구에서 40%가 넘는 지지를 받은 야권 후보는 김 후보가 유일하다. 이제 대구라는 든든한 기반을 통해 김 후보의 향후 정치 행보는 날개를 단 셈"이라고 말했다.
◆새누리 아성의 재확인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대구경북민의 새누리당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이변을 허용하지 않는 등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모두 새누리당 텃밭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줬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선거 막판에 터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도발에도 지역민들이 새누리당에 거는 기대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층의 대결집으로 이어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엔 새누리당이 응답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민심에 대한 새누리당의 적절한 대응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지역 한 정치인은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새누리당에 대한 대구경북민들의 여전한 사랑이 나타났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응답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당이 긴장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민심이 어떤 판단을 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교훈도 보여준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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