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해서 주연 이상으로 주목을 받는 조연 배우를 보고 우리는 그를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부른다. 버섯은 '밥상 위의 신 스틸러'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밥상에서 주재료를 돕거나 주재료와 함께 맛을 만들어내지만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향으로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식재료가 바로 버섯이기 때문이다.
신 스틸러인 버섯이 주연이 된 밥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경산시 하양읍에 위치한 '김영표 버섯명가'가 그곳이다. 경부고속도로 경산나들목(IC)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김영표 버섯명가'에서는 사장인 김영표 씨가 직접 재배한 버섯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코스로 맛보는 버섯요리의 향연
영남대 식품학부와 산학협력을 하고 있는 '한국6차산업㈜'은 김영표 버섯명가를 자주 찾는다. 변광인 교수(영남대 식품학부 외식산업학)는 "학교로 손님이 오셨을 때 조용히 식사하기 좋은 곳을 찾다 보니 이곳을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도 멀지 않아 자주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로 찾는 메뉴는 '건강코스' 요리. 버섯 맛국물은 쓴 묵채 한 공기를 시작으로 버섯비빔밥까지 총 7가지의 요리가 순차적으로 나온다. 특히 인기가 많은 음식은 표고버섯을 이용한 버섯탕수와 버섯숙회무침이다. 한국6차산업㈜의 김해연(33) 씨는 "갓 튀겨낸 바삭한 표고버섯을 새콤달콤한 소스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라며 "심지어 조금 식었어도 버섯의 쫄깃함을 잃지 않아 맛있다"고 말했다. 김민지(31) 씨는 "전반적으로 음식이 담백해 부담이 없다"며 "그 중 매콤한 맛의 버섯숙회무침이 코스요리 중 맛의 포인트를 살려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요리로 등장한 메뉴는 버섯비빔밥. 따끈한 밥에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과 숙주나물 등을 넣고 양념장과 함께 비벼먹으면 '건강코스'는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비빔밥과 함께 나온 밑반찬 중 가장 젓가락이 많이 갔던 표고버섯조림은 버섯 향과 함께 독특한 양념의 향이 느껴졌다. 비법을 물어봤지만 김영표 대표는 "우리 집만의 비밀"이라고 했다.
후식으로는 김 대표가 직접 기른 매실로 담가 6년 동안 숙성시킨 매실청으로 만들었다는 매실차가 나왔다. 시중의 매실음료나 매실차와 달리 너무 달지 않고 시원한 맛이었다.
◆"좋은 버섯 요리 드시고 행복하세요"
김영표 버섯명가는 마치 '버섯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을 준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면 버섯 모양의 조각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왼쪽에는 버섯 재배에 관한 이모저모를 체험할 수 있는 버섯 체험장이 있고 버섯 농장은 식당 뒤편으로 쭉 이어져 있다. 정면에 있는 식당 앞에는 장독들이 때 이른 무더위를 견디며 서 있었다.
김 대표는 20년째 버섯 농장을 운영해 온 버섯 전문가다. 버섯을 키우면서 좀 더 버섯을 제대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음식으로 버섯의 참맛을 알리기로 결심하고 식당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식당의 특징은 예약이 필수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버섯은 수확과 동시에 품질 저하가 급격히 시작되는 작물"이라며 "미리 만들어 식어버린 음식이 맛이 없듯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예약 손님 위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표 버섯명가의 요리에서 버섯은 주재료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천연조미료이기도 하다. 심지어 간장, 된장, 고추장에도 버섯을 넣어 담근다. 버섯에 있는 글루탐산 등이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감칠맛을 낸다. 박현실 교수(영남대 식품학부 외식산업학)는 "처음 나오는 묵채에서부터 조미료를 쓴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이런 게 농장에서 직접 식재료를 재배해 음식을 만드는 로컬푸드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식을 서빙하며 "슬로푸드를 지향하는 만큼 우리 식당에서는 천천히 드시며 버섯의 맛과 향을 음미해달라"는 김 대표는 "좋은 버섯과 버섯 요리로 우리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드리고 싶다"고 자신의 바람을 밝혔다.
▷점심특선 1만5천원, 건강코스 2만5천원, 행복코스 3만5천원, 모두 예약 필수.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30분, 저녁 오후 5시 30분~오후 9시
▷규모: 50여 석
▷주차장: 30여 대
▷예약: 053)852-2227 경산시 하양읍 화성로 5-18(환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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