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충무로의 신성(新星)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객에게도, 본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남녀 간의 사랑을 농도 짙게, 화면 가득 감싸 안았다. 첫 작품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임지연(23) 얘기다. 영화는 다른 볼거리가 많았지만, 누군가는 정사 장면에만 관심을 쏟았다. 또 누구는 충무로에 나타난 새로운 배우 임지연에게 응원을 보냈고, 혹자는 임지연의 연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140만 명(2일 영진위 기준) 가까이가 이 영화를 관람했다. 나쁘지 않았다는 다른 말이다.
임지연은 "호평이든, 혹평이든 감사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작품이 처음이니까"라고 웃는다. 물론 "아쉬운 게 너무 많았다"고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인간중독'1969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아내가 있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이 군 관사 안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벌이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임지연이 맡은 종가흔은 진평을 한눈에 반하게 할 정도로 매력 가득한 여성이다. 오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여자 주인공 캐릭터. 가흔은 이 세상에서는 찾기 힘들 만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그려졌다.
임지연은 가흔에 대해 본인과는 다른 성격의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털털하고 밝은 내 성격과 달랐기 때문에 종가흔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는 그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김대우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첫눈에 반할 만한 여자는 누구일까? 목숨까지 바칠 여자는 또 어때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많이 여쭤봤어요. 제가 이런 연기는 처음이라 모르는 것도 많았고 두렵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죠. 솔직히 가흔을 연기할 때는 답답했어요. 밖으로 내뱉는 말과 마음속에 든 생각이 다르니까요. 후반부 '그 정도로 사랑하지 않아요'라며 진평을 따라가지 않는 장면에서도 가흔의 실제 속마음은 힘들었을 거잖아요."
임지연은 또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꼽았다. "깊이 있는 사랑은 해본 적이 없어요. 첫사랑 경험, 물론 사랑도 해봤지만 많은 이성을 만나진 않았어요. 하지만 과거 사랑을 했을 때의 행복했던 순간이, 그런 사랑을 해본 것 같다는 생각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임지연을 향한 혹평도 있다.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영화이긴 한데, 임지연의 대사 톤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당당했다.
"가흔은 제 말투와 달라요. 전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죠. 가흔의 목소리를 찾는데 감독님이 디렉션을 줬어요. 여성으로서 성숙함을 느끼게 하는 거라는 등의 설명을 들었죠. 말투부터 제가 아니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테크닉이나 발성 같은 것에 아쉬움이 있긴 해요. 하지만 같이 연기한 선배들이 '매번 아쉬움이 없으면 그게 더 큰 문제다. 당연한 거다' '그만큼 발전할 수 있는 거다'라는 등의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노출, 파격적인 정사신에도 관심이 쏠렸다. 임지연은 "노출과 베드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초점을 맞춰서 연기했다"며 '불륜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나는 첫사랑의 실패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베드신이 파격적이라고 하는데 감독님도 '어른들에게 이게 왜 파격적인가?'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나도 당연한 남녀 사이의 행위라고 생각했다. 확신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절대 후회가 없다. 많은 것을 배웠고, 3개월 반이 행복했다.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고 즐거워했다. 연기를 반대했던 부모님도 이제는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고 한다.
당당하고 당차 보이는 배우 임지연. 연기 경력은 화려하지 않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단편영화 몇 편에 출연한 게 전부다. 연기하는 주변 사람들이 '매니지먼트가 있는 것도 좋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심엔터테인먼트의 문을 두드렸다. 이유는 그가 좋아하는 김윤석, 엄정화 등이 소속돼 있다는 것뿐이었다. 적극적인 임지연은 심정운 대표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는 '인간중독' 김대우 감독과의 미팅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뽐냈고, 단번에 여주인공으로 뽑혔다.
"사실 캐스팅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을 만났는데 절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관심이 있으면 질문이라도 하실 텐데 그것도 아니라서 그냥 나온 것 같았죠. 소속사 대표님에게 '안 될 것 같다'고 말한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대표님이 '아니야, 관심 있는 것 같아. 기다려봐'라고 하셨어요. 그러곤 함께하자고 하신 거예요. 진짜 꿈만 같았죠."(웃음)
영화를 보고 임지연을 '색계'의 탕웨이나 '은교'의 김고은과 비교하는 시선이 많았다. '색계' 이후 탕웨이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현빈과 영화 '만추'를 찍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고은은 쉽지 않은 영화 '은교' 속 여고생 은교로 열연했고,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임지연은 "고은이는 한 학번 후배이자 친한 동생"이라며 "처음 '은교'를 보고 고은이가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다. 비교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좋아했다. 이어 "우리는 서로 응원하는 사이"라고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탕웨이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탕웨이와 비교된다는 말을 들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고 좋아했다.
"다음 작품은 신중하게 골라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모르겠는데요. 좋은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물론 한편으로는 종가흔과 비슷한 모습을 부각해, 또 다른 캐릭터를 살려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헤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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