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경북 김천에 부임하고 보니 좀도둑이 큰 문제였다. 좀도둑이라고 표현하니 조금 작은 도둑이라는 의미가 느껴지지만 사실 범죄자는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좀도둑을 잡는 것도 강력범죄를 단속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도둑을 붙잡고 보니 대부분이 보육원에서 나와 노숙을 하거나 혹은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었다. 물론 보육원 청소년들이 모두 이렇다는 것은 아니므로 편견을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예를 드는 아이들은 극히 일부다.
이들 중 한 명은 작은 문방구, 학교, 편의점, 차량, 식당 등 9곳에서 절도를 했다. 이 청소년은 다시 잡힌 것이다. 또 같은 짓을 왜 저질렀는지 묻지는 않았다. 많은 청소년 절도범들이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본질적인 이유는 하나이다. 가족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10개 소년원에는 2천여 명의 비행 청소년이 있으며, 대부분 고아 또는 결손가정 출신이었다. 성인 강력범죄자의 가정환경을 심층분석한 연구결과를 봐도 대부분 범죄자들은 주로 고아이거나 결손'조손가정 출신이었고, 대부분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았다.
물론 모든 범죄를 사회적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흉악범까지 어릴 때 불우한 환경 탓이라고 이해하기에는 그 범죄의 죄질이 너무 심각한 경우가 많다. 또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모든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많은 이들이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해 성실하게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자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갈 데가 없다. 끼리끼리 모여 나쁜 짓을 할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은 전국구로 연락망이 닿아있다. 한 명이 나쁜 맘을 먹으면 쉽게 다른 아이들을 그러모을 수 있다. 한번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또 다른 범죄에 참여하는 이유기도 하다. 한 명을 잡거나 몇 명을 교화시켜서는 청소년 범죄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청소년들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거창한 물질적 도움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다. 또 정신적 지원이 필요하다. 진실한 말 한마디에 범죄자가 아니라 미래를 불안해하고 학업에 고민하는 여느 학생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현장에서 범죄자로 만난 어떤 청소년들은 본성은 착한데 한순간의 유혹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김천경찰서에서는 청소년 선도 및 보호 활동에 중점을 두고 청소년범죄 예방을 위해 '찾아가는 범죄예방교실'을 운영하여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및 소년소녀가장, 결손'조손가정 등의 불우청소년을 대상으로 각종 고민상담 및 멘토링, 카운슬링, 코칭, 범죄예방 교육, 특강 등의 정신적 지원을 통하여 바른 성장에 꼭 필요한 분량의 사랑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역사회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물질적 도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강한 자아개념을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멘토가 되어주어도 좋겠다. 늘 옆에 있어주지 못해도 가끔씩 짜장면 한 그릇이면 족하다. 그저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은 자신이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이 있다. 청소년기에 바로잡아줄 수 있다면 치안비용, 절도에 의한 손해 등 많은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청소년 중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면 이들을 돕는 게 어른들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우리 후손에게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문영호 경북 김천경찰서 동부파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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