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4 유럽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5천m 계주 결승전. 마지막 주자로 나선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멋진 막판 스퍼트로 줄곧 1위를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를 제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빅토르 안의 양손은 하늘을 향해 한껏 치켜 올라갔다. 승리의 세레모니였다. 이때 막판 역전을 허용한 네덜란드의 마지막 주자 '크네흐트'의 손도 함께 올라갔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안과는 달리 양손 중지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손가락 욕임이 분명했다. 이 장면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네덜란드 팀은 이 제스처 때문에 메달을 박탈당하고 기록도 삭제됐다. 크네흐트는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지만 이미 늦었다.
손가락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손가락 욕을 하는 것을 두고 꼴뚜기질을 한다고 한다. 꼴뚜기질이란 남을 욕할 때 가운뎃손가락만 펴고 다른 손가락은 꼬부려 남을 향해 내미는 짓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이 제스처는 'Fu** you'란 욕이다.
브라질이나 그리스 터키 같은 나라에서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말아 원을 만들고 나머지 손가락은 펴는 동작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OK라거나 돈을 나타내기 위해 흔히 이런 제스처를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욕이 되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만 펴는 동작도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에선 욕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영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같은 영연방 국가에서는 승리의 V 표시도 손등이 상대방을 향하게 되면 역시 욕이 된다.
태국에서 세 손가락 제스처가 등장했다. 반 쿠데타 시위대가 검지'중지'약지를 펴 번쩍 드는 제스처로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자고 하면서다. 군경의 통제를 받지 않는 공공장소에서 하루 세 차례 30초간 세 손가락을 펴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제스처는 영화 '헝거게임'에서 독재 국가에 억압하는 피지배층의 몸짓을 본떠 나왔다.
세 손가락이 쿠데타에 저항하는 상징이 되자 군부는 '집단적으로 세 손가락 동작을 취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세 손가락은 시위대엔 신호가 되고 군부에게는 욕이 되는 모양이다. 태국에선 앞으로 세 손가락을 펼쳐들면 새로운 욕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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