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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그었더니, 작품이 되었다…갤러리 전 개관 10주년 기념

니노 무스티카 초대전

니노 무스티카 작품.
니노 무스티카 작품.

2004년 청도군 각북면에 전시장을 오픈, 청도에 갤러리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갤러리전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3년 전 청도 생활을 마감하고 대구 수성구 이천동에 새 둥지를 마련한 갤러리전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8일까지 이탈리아 추상미술가 니노 무스티카 초대전을 갖는다.

니노 무스티카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개인전 대신 아트페어를 통해 간간이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꽤 지명도가 높다. 니노 무스티카의 국내 첫 개인전이 갤러리전에서 열리게 된 이유는 그의 작품 세계가 동양적인 사유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전병화 갤러리전 대표는 아트페어에서 니노 무스티카 작품을 접한 뒤 작품이 가진 독특한 기운에 매료되어 10주년 개관 기념전 작가로 초대했다.

니노 무스티카는 캔버스에 밑칠을 한 뒤 넓고 평평한 붓으로 굵고 강한 선을 한번에 그어 내려가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작품을 만든다.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지나간 붓의 흔적은 캔버스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는 마치 한 번에 모든 것을 써내려가는 동양의 일필휘지(一筆揮之)를 연상시킨다.

니노 무스티카가 붓으로 표현하려는 것은 에너지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무질서 속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태초의 기운이 느껴진다. 동양적 관점에서 풀어보면 기운생동(氣韻生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운생동은 중국 회화 작품에서 최고 이상으로 삼았던 말로 빠른 붓터치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은 니노 무스티카의 작품을 기운생동의 세계로 인도한다.

니노 무스티카의 초기 작품은 다소 난잡한 느낌을 준다. 작은 기운들이 서로 충돌하는 듯 어지럽게 널려 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은 조금씩 정제되어 나간다. 최근작에서는 작은 기운들이 큰 흐름으로 수렴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니노 무스티카는 사유에 맞게 색을 사용할 줄 아는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빨강, 노랑, 검정 등 다양한 색깔이 혼재되어 있지만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중후한 색의 대명사인 검은색도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표현하려는 기운이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는 니노 무스티카가 색을 잘 조율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니노 무스티카는 멀티 아티스트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건축 디자인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그는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독특한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

최근 니노 무스티카는 회화에 기하학적 무늬와 그래픽 요소를 가미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새로운 미학을 실험하고 있다. 또 그는 회화를 벗어나 3차원의 조형물을 만들고 비대칭적인 타워를 건설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비대칭의 타워는 왜곡된 미술시장 시스템에 대한 비평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예술계의 혁명가이자 반고전주의자로 불린다.

니노 무스티카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와 함께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경쾌한 채색을 자랑하는 조각 작품도 기운생동한 형태를 갖고 있다. 전병화 대표는 "니노 무스티카는 한 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후세대 미술계의 가치 평가 기준이 될 만하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직접 실험해 보기를 갈망하는 작가로, 70여 회의 개인전 등을 통해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053)79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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