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 가입했었다. 30년이 지났지만 그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인사를 하며 30년 시간을 넘어서도 인연을 이어주는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라는 말이 너무 길어 SNS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일단 SNS라고 하자)의 위력을 실감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친구들이 동창이니까, 같은 밴드의 일원이니까 인사의 글을 남겼는데, 그것이 그냥 가벼운 인사라고 하기에는 약간 불편한 표현이 있었다. 행간에서 느껴지는 말투가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매일신문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나의 프로필 사진에 대해 칭찬인지 비꼬는 것인지 애매한 말도 있었다. 그래서 글을 올리는 것을 유보하고 밴드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 보았더니, 불편한 댓글들과 그에 대한 민감한 반응으로 서로 마음이 상한 아슬아슬한 표현들이 꽤 많아서 더는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글은 말과 분명히 다르다. 만약 친구들이 직접 모여 앉아서 밴드의 댓글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그렇게 마음이 상할 일은 없을 수 있다. 왜냐하면 말로 할 때는 직접 표정이나 행동, 그리고 목소리의 어조와 같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장난스럽게 웃자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뼈가 있는 말인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을 화법에서 배우는 좀 유식한 말로 하면 '맥락을 공유하고, 표정이나 행동과 같은 비(非)언어적 표현, 어조와 같은 반(半)언어적 표현을 함께 사용하여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입말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이야기를 하자면 글은 공유하는 맥락이 없고, 비언어적 표현과 반언어적 표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글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불특정 다수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말보다는 더 큰 책임이 따르게 된다.
그런데 근래에는 과거에 있었던 인터넷 채팅에 다양한 SNS가 더해지면서 말과 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SNS에서는 기본적으로 글을 사용하지만 다양한 이모티콘과 그림들로 약간의 비언어적 표현과 반언어적 표현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SNS에 글을 쓰면서도 자신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가볍게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인기 정상의 걸그룹이 한순간에 회복할 수 없는 추락을 겪은 것도 SNS에 올린 글 때문이었고, 대선주자 반열에 있는 아버지를 끌어내린 것도 SNS에 올린 아들의 글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글이 가진 무게와 책임을 소홀히 생각한다면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겪을 수 있다. 그런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겪지 않으려면 SNS에 글을 올릴 때는 신중해야 할 것이며, 신중하게 글을 쓰는 것이 귀찮다면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말한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의 말을 새겨듣는 것도 좋을 것이다.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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