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의 세대는 어린 시절 간첩에 대한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때 아이들은 간첩은 몸에 붉은 털이 나고, 생김새 자체도 요상한 걸로 알았다. 그들은 성장하고서도 좀 과장을 하자면 북한 사람들과 북한 문화에 대해 아직도 외계인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알려진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 작년 가을쯤으로 기억된다. 나를 놀라게 한 책이 있었다. 아프리카 소녀가 여섯 살 때 북한에 가서 대학 졸업 때까지 있다가 한국에 와서 쓴 책이었다.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라는 이 책에는 북한 여자 대학생들이 혼전 임신을 해서 낙태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쌍꺼풀 수술을 하는 등등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하는 풍속과 너무도 유사한 것들이 많이 묘사되어 있었다. 문제는 사람 사는 동네에 이런 현상들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데 우리만 의아해하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북한 사회와 문화를 보면 될 텐데.
물론 북한 정치가 뒤틀려 있다 보니 확대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좀 지나쳐서 통일 이후 그 벽이 너무나 두터울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최근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표현하자 통일에 대한 관심이 현격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은 통일 관련 위원회를 만드는가 하면, 주변 곳곳에서 통일에 대비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 문화에 대한 접근은 아직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그들의 생활이 어떤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에 대해서는 굶주리는 모습 등등 정치적 배경을 담은 것 이외에는 노출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그들의 결혼 풍속은 어떠하며, 신혼 생활은 어떻게 꾸려지는지 말이다. 나아가 그들의 음주 문화는 어떤지, 도둑들은 있는지, 그리고 초중고 학창 시절은 어떻게 보내는지 등등이 궁금치 않은가. 우정은 어떻게 형성되며 친척들 간의 교류는 우리와 비슷한지 등등도 꽤나 궁금한데 말이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풍속에 대한 것은 우리들에게 너무나 낯선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가 진짜 통일이 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상대를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하게만 느낀다면 갈등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통일은 되었지만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문화는 극복하지 못한 상태라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 벌써 눈에 보이니 말이다. 진정한 통일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문화적 하나 됨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는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태도가 반공법에 위반되고 국가보안법에 위반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서로 이해하는 모습, 지금부터 마음을 열 준비를 우리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