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핵 도미노 불러올 일본의 '플루토늄 세탁'

일본 정부가 핵폭탄 8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에서 빠뜨렸다가 들통이 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가동이 중단된 사가현 겐카이 원전 3호기 내 투입된 플루토늄 640㎏을 IAEA 보고서에서 누락시킨 사실을 일본 언론이 폭로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 안에 있는 연료는 사용 중이라고 간주하고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변명했지만 궁색하다. 미사용 상태의 플루토늄은 명백한 보고대상이라는 것이 IAEA의 견해다.

일본이 플루토늄을 실제 그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플루토늄 세탁'을 한 일본의 저의가 의심을 살만하다. 일본은 2012년 일본 전체 미사용 플루토늄량을 보고하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플루토늄을 슬며시 누락시킨 후 지난해 보고에서도 이를 모르쇠 했다. 플루토늄 8㎏으로 한 기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보면 단순 계산으로도 80기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을 세탁한 것이다.

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핵무기 5천500기를 생산할 수 있는 45t의 플루토늄을 저장, 핵무장 국가가 아닌 나라로는 가장 많은 재처리 플루토늄을 생산,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핵실험만 안 했다 뿐이지 언제라도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가뜩이나 북핵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핵개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주변에 핵보유국으로 둘러싸여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다. 북한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마친 상태다. 일본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나 다름없다. 한반도 주변에서 우리나라만 고립무원이다. 유사 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지만 이는 검증되지도 않았고, 검증할 일이 생겨서도 안 될 시나리오다.

일본이 핵무장을 시도하면 한반도 비핵화 논리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동북아 핵 도미노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너도나도 핵에 의존하려 들면 국제평화는 시한폭탄이 된다. 일본의 플루토늄 세탁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이것이 아베의 일본 재무장론과 맞물려 있다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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