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더 큰 꿈 꾸어야 할 권영진 당선인

치열했던 대구시장 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늦었지만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선거 참 힘드셨지요. 일찍 시작된 선거운동에, 유례없이 길었던 당내 경선과정, 강력한 야당 후보와의 대결까지, 4개월 동안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이번 선거 참 치열하게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처음 대구에 내려왔을 때는 당선인을 잘 몰랐습니다. 줄곧 서울에서 정치생활을 하셨으니 그럴 테지요. 선거 초 입버릇처럼 '외딴 섬에 홀로 있는 느낌'이라고 혼잣말을 하셨던 당선인의 말이 가슴에 닿은 이유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선거기간 내내 '변화와 혁신'을 그렇게 목청 높여 부르짖었구나, 또 조직기반이 없으니 대구시민과 함께하는 선거를 치르겠다고 하셨구나 하고 이해가 됐습니다.

대구시민들은 당선인의 그런 '신선함'을 오히려 지지하신 것 같아요. 당내 경선에서 1위를 한 원동력도, 본선거에서 강력한 야당 후보를 누른 것도, 모두 당선인의 새로움에서 찾지 않았을까요. 실제 선거현장에서 만난 많은 시민들은 "나 그 사람 잘 몰라. 그런데 왠지 권영진이 되면 대구가 변할 것 같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대구는 몇몇 사람과 세력들에게 좌지우지되고, 그러다 보니 새롭게 변화하는 것은 죽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낡은 구습에 얽매인 채 대구시민들을 오랫동안 짓눌러 왔습니다.

이제 당선인이 대구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에 보답할 차례입니다. '대구혁신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당선인의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시민이 주인 되는 시민 속의 시장, 시민이 어렵고 힘들 때 편히 기댈 수 있는 시장,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는 을(乙)의 시장'이라는 당선 일성(一聲)을 임기 내내 곱씹어주세요. 어느 정권, 어떤 실세도 국민보다 더 힘이 셀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특정 계층'파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불합리와 불의를 눈감지는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대도(大道)로 가야 합니다.

올봄 사적인 식사자리에서 제가 당선인에게 "꿈이 뭔가요"라고 물었더니 "대권"(大權)이라고 하셨지요. 그때 솔직히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여의도 국회에 있을 때 '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한 번도 대권 후보 명단에 오를 수 없나'라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인구 200만 명인 충남도지사(안희정)나 인구 60만 명밖에 안 되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원희룡)도 물망에 오르는데 말이지요. 이제 우리도 'Made in Daegu'를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합니다. 대구시민을 든든한 원군으로 삼으시려면 낮으면서 통 큰 자세를 취하세요. 이번 선거에서 40%의 시민들은 상대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분들에게 먼저 고개 숙이세요. 또 대구를 그동안 어떤 식으로든 지탱해왔던 기득권층을 청산 대상으로만 생각지 마시고 함께 머리를 맞대셨으면 합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안아주십시오. 더 나아가 경북도민들에게 도움을 청하세요. 대구경북은 따로 가서는 안 됩니다. 지금보다 더 똘똘 뭉쳐야 합니다. 당선인 본인의 꿈과 대구경북의 장밋빛 미래, 모두를 위해, 600만 시도민의 자긍심을 위해 대도로 가십시오. 대도로 가는 여정, 대구시민들은 기꺼이 힘이 돼 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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