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기억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 한다. 특히 수험생들은 어떻게 하면 외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다. 우리의 뇌는 정보나 지식을 외우는 순간 가장 잘 기억하지만 그 직후부터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동반되지 않으면 기억에서 인출할 수 없다. 사라지는 기억을 가장 잘 유지하려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학습을 반복하는 것이다. 즉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복습에 달려 있다.
우편배달부에게 12시간 동안 타이핑을 가르친 실험이 있다. 첫 그룹의 사람들에게 6시간씩 이틀 동안 가르치고, 두 번째 그룹은 4시간씩 사흘 동안, 그리고 마지막 그룹은 하루에 한 시간씩 12일 동안 가르치며 진행을 하였다. 그중에서 어느 그룹이 배운 것을 가장 오래 기억으로 유지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마지막 그룹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인간의 기억유지와 관련하여 '간격효과' 현상을 밝혔다. 같은 양의 정보를 시간 간격을 두고 몇 번에 걸쳐 학습하는 것이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것보다 기억에 훨씬 오래 남고 인출이 용이하다. 벼락치기 공부는 그다지 효율적인 학습법이 아닐뿐더러 기억에 오래 남아있지도 않는다. 벼락치기로 시험 점수가 잘 나왔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결과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선행교육 규제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선행학습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리 배우면 다시 배울 때 훨씬 더 잘 이해할 것이고, 한 번이라도 더 복습하게 될 것이라는 어른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가 기대하는 대로 행동할지는 자녀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요즘 중, 고생들이 다니는 유명한 학원의 경우 한 과목을 하루에 3, 4시간씩 가르쳐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물론 쉬는 시간이 있겠지만 그런 식의 학습은 주의력과 기억력 유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뇌는 발달 단계가 있는데 그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지식을 뇌에 집어넣을 경우 초기에는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도 심리적인 부담이 점점 증가하고 동기는 부족하게 된다. 동기가 부족하게 되면 자연히 주의력은 저하되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함께 떨어진다.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은, 단순 암기식의 반복학습이 결코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깊은 수준에서의 처리'라는 기억 이론이 있다. 즉 받아들이는 정보의 의미를 깊숙이 처리하게 되면 더 잘 기억되고 인출이 더 용이해 진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 공부해보자. 그렇게 하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고 인출 또한 훨씬 쉬워질 것이다.
윤은영<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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