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율 1천원 코앞, 사장님 눈물도 떨어진다

제조업 수출할수록 손해, 자동차부품 환손실 최악

대구의 중견 섬유기계제작업체인 A사는 요즘 환율 추락으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수출'을 감수하고 있다. 환율 추락이 이어지면서 이 업체의 수익률은 1년 전보다 7~8%가량 떨어졌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생각하면 손해를 '덜 보기' 위해 공장을 가동해야만 한다.

A사 측은 "3개월 전 기계 제작주문을 받았을 때에 비해 환율이 더 떨어지면서 앉아서 환차손을 보고 있다"며 "특히 일부 부품은 유럽에서 비싼 유로화로 구매해야 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원'달러 환율 추락으로 인한 지역 제조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천20원선에서 한 달간 줄다리기를 하던 원'달러 환율이 1천16.2원으로 떨어졌다. 2008년 8월 6일 1천15.9원을 기록한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재작년 10월 이후 환율은 1천100원대에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주력수출 업종인 자동차 부품'기계'섬유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공장용 발전기 제조업체인 B사 측은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1천50원이 무너진 이후 일본산, 중국산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베트남 등에 제품을 수출하는 이 업체는 추가 환율 하락에 대비해 예전 6개월 하던 견적 주기를 3개월로 짧게 줄였다. 이곳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려면 물량을 줄이더라도 공장을 가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처럼 인도, 남미, 중국, 유럽 등으로 해외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데 수주에서 수출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는 업종은 큰 손실이 우려된다.

자동차램프'새시를 수출하는 C사의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올해 계획환율로 전망한 1천50원이 이미 무너진 상황"이라며 "자동차 업계는 부품의 주기가 타 업종에 비해 긴 편이다 보니 지금처럼 환율 하락이 이어지면 시차에 따른 환손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중동에 섬유원단을 수출하는 성서공단의 D사의 관계자는 "이미 1천60원대인 손익분기점을 지났다"며 "오랫동안 거래한 해외 바이어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환율이 내려도 판매단가를 올리기 어렵다. 이미 일부에선 출혈 수출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 업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생산 물량을 30% 줄였다.

이 같은 환율 하락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모건스탠리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4분기 1천원, 내년 1분기에 980원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선물 리서치센터 측은 "결국 1천원 선을 향해 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며 "다만 하락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가 문제다"고 전했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2~15일 지역 업체들을 대상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조사한 결과 ▷섬유는 손익분기점 ▷안경은 손익분기점 또는 적자수출 ▷자동차부품'기계는 큰 손실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대구상공회의소 박병복 경제조사팀 과장은 "국내 원재료 가격 상승,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환율 하락 등이 겹쳐 수출기업의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며 "반면 업체들은 환율 예측이 어렵다며 환보험 가입 등을 꺼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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