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6차 산업이 나가야 할 길

농업선진국 덴마크는 베이컨으로 유명하다.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돼지고기는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세계인의 식탁에 올려지고 있다. 이것은 사육 공간과 도축 시설의 청결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다. 사육과정에서 돼지들은 법으로 항생제 투여가 금지되어 있고, 도축 후 호르몬과 농약 잔류검사도 철저히 거치기 때문에 명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오늘날 덴마크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수출국이 된 것은 사육, 가공, 유통이라는 1'2'3차 산업의 조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룬 덕분이다. 1887년 왕관 로고가 새겨진 덴마크 양돈협회(Danish Crown)의 출발은 양돈선진국의 자긍심을 담고 있다. 지난해 덴마크의 돼지고기 수출액은 40억 달러에 이르며 전체 수출액의 약 7%를 차지한다.

인구 540만 명의 덴마크는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대규모 기술개발이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자칫 소홀하기 쉬운 틈새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은 돼지전염병을 연구하다가 췌장에서 추출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사례도 흥미롭다.

최근 국내에서는 농업의 6차 산업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축산물을 2차 산업인 제조와 가공을 거쳐 유통이라는 3차 산업으로 융합하는 것을 뜻한다. 6차 산업화란 결국 농축산물을 가공하여 유통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선을 경북으로 돌려 보자. 2012년 기준 경북의 농가수는 19만 호로 전국의 17.0%, 농가인구는 46만 명으로 16.0%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화 비율은 39.1%로 10년 전에 비해 9.7%p가 증가하여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북의 농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화를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첫째, 농축산물의 틈새산업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덴마크는 1980년대부터 산학협동으로 신농업상품을 창출하기 위해 연구역량을 집중해왔다. 독일 접경지역인 아르후스 지역에는 농축산업의 틈새산업을 연구하기 위한 최초의 산학협동 클러스터가 있다.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도 중요하지만 기간산업인 농축산업에서 파생되는 틈새산업이야말로 발전 기능이 높은 미개척 분야라는 점에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둘째, 유기농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덴마크는 1987년에 '유기농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일찍이 1980년대에는 유기농민들을 교육하기 위한 유기농업학교를 설립하여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업선진국인 덴마크에서도 유기농업은 도입 초기 고전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소비패턴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유기농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육성을 필요로 한다.

셋째, 협동조합형 6차 산업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덴마크에서는 국내 인구가 필요로 하는 연간 육류 소비량의 3배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육류 가공식품은 수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농축산물은 작황에 따른 경기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수출을 위해서는 고도의 시스템화가 필수적이다. 생산업자는 품질에 집중하고 제조판매자는 위생과 안전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6차 산업화를 통해 동반성장하고 있다.

덴마크의 농업은 처음부터 경쟁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 저장 및 운송수단의 발달로 미국, 캐나다 등의 값싼 곡물이 유럽을 점령하면서 덴마크는 곡물농가를 축산농가로 전환하고 ▷협동조합 도입 ▷농축산물 가공규격 통일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19세기 말에 창립된 계란협동조합은 달걀 하나하나에 생산자 마크와 번호를 매기는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당시 런던 시장에서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프랑스산을 단숨에 제친 것은 덴마크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이룬 사례로 볼 수 있겠다.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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