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쇠·구두수선…' 무료지도, 장애인 자립 도우미 30년 김정구 씨

"장애인들도 정부 지원금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열쇠 수리 기술 하나 배워서라도 자립하면 더 값지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요."

대구 대명동 남중학교 정문 인근 구두'열쇠 수선점. 작은 점포 안에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대학생이 장애인 아저씨로부터 진지하게 열쇠 깎기 교육을 받고 있다. 대학생은 열쇠 모양의 쇳조각을 고정틀에 끼워놓고 쇠를 깎는 원판 모양의 기계를 돌리면서 열쇠 마디마다 홈을 파내고 있다. 아저씨는 원래 열쇠와 복사한 열쇠의 홈의 위치와 깊이가 다르다며 수정해준다. 대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열쇠를 끼워 다시 열쇠 깎기 연습을 시작했다.

대학생은 교육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아저씨와 함께 현장 실습도 나갈 예정이다. 이곳에서 열쇠 깎기 교육을 가르치는 아저씨는 김정구(59) 씨다. 척추장애와 지체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김 씨는 구두'열쇠 수선점을 운영하면서 30여 년간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기술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장애인 누구나 자신의 수선점에 오면 구두 수선과 열쇠'도장 제작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본 재료는 무료고 최소한의 연장만 준비하면 된다. 그가 지금껏 기술지도한 장애인만도 20명이 넘고 자립한 장애인은 10여 명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자꾸 숨어들면 안됩니다. 세상 밖으로 나와 기술교육을 받고 당당히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작은 재능기부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장애인을 볼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 씨는 1981년 장애인단체로는 전국 처음 샘터뭉침회를 창립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장애인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최초로 법률을 발의한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또 다른 자랑거리가 생겼다. 샘터뭉침회 부설 장애인 자립장인 구두'열쇠 수선 1호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단체가 직접 자금을 투자해 구두'열쇠 수선점을 낸 것도 전국 처음이다. 개점 비용 870만원이 소요된 1호 수선점은 컨테이너박스 건물에 열쇠'도장 재료와 기계 일체를 갖췄고 전기도 가설돼 있다. 지금 수선기술 교육을 받은 50대 장애인이 무료로 입점해 수선점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그는 장애인 자립장 2호'3호 수선점도 계속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장애인들도 도움을 받기만 하지말고 베풀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어지고 비장애인들과 거리감도 줄일 수 있지요."

그는 장애인들의 체계적 자립 기술교육을 위해 '샘터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자립센터는 장애인들에게 열쇠'도장'구두 수선에서부터 광고디자인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할 방침이다.

한편 샘터뭉침회는 회원 500여 명에 후원자가 80여 명 있다. 그는 장애회원들의 재활운동을 위해 배드민턴클럽과 뇌변병장애인 보치아클럽을 운영하고 매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울림마당 체육대회도 열고 있다. 또 회원들과 함께 요양원과 장애시설을 찾아 핫도그와 호떡 등 간식을 만들어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연말이면 남구청에 이웃돕기 사랑의 쌀을 기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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