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시티 대구'의 거점인 대학병원들이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는 나 몰라라 해 병원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장기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들은 쉴 곳이 없어 진료실 앞 의자에 몸을 기대야 한다. 또 잠을 자거나 씻을 곳이 부족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까지 떠안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은 대구뿐만 아니라 경북 등의 원거리 환자도 많이 찾지만 보호자 편의시설 개선책 마련에는 눈을 감고 있다.
이달 6일 당뇨병으로 영남대병원에 입원한 한국근(73) 씨는 자신의 병보다 아내가 더 걱정이다.
한 씨는 "앞으로 4개월간 병간호를 받아야 하는데 과거 지병으로 팔이 불편한 아내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아내는 마땅히 잘 곳이 없어 병상 아래 폭 1m가 안 되는 간이침대에 몸을 기대지만 불편해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고 했다. 더욱이 보호자가 입었던 옷을 세탁할 곳이 없어 샤워실에서 쪼그려앉아 빨래하는 등 병원 생활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씨처럼 대다수 장기 입원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 곁을 오래 비울 수 없어 병원에서 생활해야 하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환자 가족들은 "병원이 보호자들을 위해 수면실과 샤워실, 탈의실, 세탁실, 미용실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주고, 보호자 식단 등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하루 두 번씩(1차례 30분)의 면회를 위해 온종일 병원에서 대기해야 하는 중환자실 보호자들은 장기간 병원생활에 쉬 지쳐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구의 대학병원들은 보호자 휴식공간 마련에는 무관심하다. 대구의 4개 대학병원(칠곡 경북대병원 제외) 중 탈의실을 갖춘 곳은 한 군데도 없고, 세탁실도 1곳(동전식)에만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 가족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빨래를 하는 등의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대학병원 측은 병원 내 공간이 부족해 보호자들을 위한 편의시설까지는 신경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과 카페 등은 병원 내에 유치했다"며 "하지만 보호자 편의시설은 이미 건물 내 공간이 포화 상태여서 추가로 예산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당장 설치 계획은 없다"고 했다.
대구의 대학병원들이 역내 환자의 수도권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 못지않게 환자 가족을 위한 배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서울과 대전 등 다른 지역 병원들은 앞다투어 보호자 편의시설을 마련해 다시 찾고 싶은 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대구시와 대학병원은 말로만 메디시티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보호자까지 염두에 둔 병원 정책을 마련하고, 수시로 서비스를 평가해 불편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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