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폰 중독…'세 살 중독 성년까지' 절제 훈련에 달렸다

현실 욕구불만·좌절 등 복합적 요인으로 '집착'

스마트폰 가입자 3천800만 명 시대, 스마트폰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경향이 강하고 교우관계나 학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뺏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결국 양육의 문제다. 아이들이 중독에 이르지 않고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적절한 시간 동안 사용하도록 스스로 절제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왜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매료될까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현실의 욕구 불만과 좌절, 또래 집단에서의 과시욕, 낮은 자존감이라는 사회환경적 요소와 청소년 특유의 생리학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청소년기는 뇌의 전전두엽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다. 전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고 주의력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의 욕구를 자제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전전두엽이 미숙한 청소년들은 자극적인 것에 더 쉽게 취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인다.

정신심리적인 요인이 스마트폰 중독을 가속화하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인 지훈이(가명)는 "스마트폰이 없어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다"며 하소연했다. 지훈이 아버지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자 지훈이는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집안 살림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떼를 썼다. 엄마는 무서워서 다가서지도 못했다.

정신건강 상담을 받는 와중에도 지훈이는 스마트폰을 돌려달라며 난동을 부렸다. 지훈이는 평소 우울감과 불안감을 표현했다. 대인 관계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지훈이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거울 치료'로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내성적인 성향의 우울한 아이들도 쉽게 중독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현실의 고통을 탈피할 수 있는 도피처로 여긴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대면할 때 느끼는 불안감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도 중독 가능성이 높다. 대인 관계가 서툴고 낮은 자존감을 겪는 아이는 얼굴 표정이나 눈맞춤 등 비언어적인 표현 없이 다른 사람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을 선호한다. 현실에서는 한없이 위축되지만 게임이나 SNS상에서는 유능해진 느낌이 들고 사람들과 더 잘 관계를 맺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가족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때에도 중독을 일으킨다. 부모가 자녀를 주의 깊게 돌보지 않거나 부모와 자녀 간에 갈등이 클수록, 부모가 주로 거절과 비난을 할 때 중독 위험성이 높아진다. 스마트폰 중독은 알코올'마약 중독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스마트폰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해야 만족감을 느끼고, 옆에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장시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한다. 중단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과도한 몰입으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성적이 떨어진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최태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될 경우 뇌의 부피가 줄어들어 뇌의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인지 기능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스로 약속하고 지키도록 만들어야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절대 들어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절하는 데도 요령이 있다. 인내심을 갖고 부드럽고 상냥하게 끝까지 거절해야 한다.

"중학교 들어가면 사줄게"라는 식으로 고려해볼 만한 시한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주겠다면 오래 끌지 말고 사준다고 하는 게 낫다. 단, 명확한 조건을 걸어야 한다. "한 달 동안 학원 숙제를 잘해가면 사줄게"라는 식이다. 아이가 지키지 못할 무리한 조건을 걸어선 안 된다. 부모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거나 조건을 바꿔서도 안 된다.

스마트폰은 충동조절의 문제다. 무조건 못하도록 하기보다는 조절 능력과 자제력을 키워주는 게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간에 사이가 좋아야 한다. 친근한 관계를 유지해야 부모와 솔직한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원칙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1, 2주 정도 압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스마트폰을 부수는 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부모에 대한 복수심과 반항심을 키우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가 '그만하라'고 말만 하고 속만 끓이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된다. 정해진 사용시간을 넘기면 그때그때 압수 등 제재를 해야 한다. 압수하는 시간은 적절해야 하고 자주 줬다 뺐는 것은 자제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가령 10분 늦게 반납하면 사용 시간을 1시간 줄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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