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구원 출신 농업 수장, 현장 찾아 농민과 숙식하는 '이동필식 農政'

이동필(58)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며칠 전인 7일 충남 서천에 있는 전통주 제조업체인 '한산소곡주'와 농가 맛집 '고수록'을 방문했다.

이 장관의 이번 방문은 농축산물 생산'가공'서비스 등이 융합된 농촌 6차 산업화를 통해 농촌지역 경제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5일 이 장관은 경북 영주시의 '영주 고구마빵' 사업장인 '미소머금고'와 우박 피해를 입은 의성지역을 찾아 피해농가를 위로했다.

찾아가는 농정의 일환이다. 이 장관은 일정이 허락할 때는 곧바로 상경하지 않고 그 지역 농가에서 농민들과 함께 잠을 자면서 농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 같은 이 장관에 대해 "직접 농촌을 찾아가서 농가에서 자고 농민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그런 장관이야말로 장관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면서 "그렇게 해서 확인한 민심을 위로 전달하고 직접 농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내각에 기용된 연구원 출신 장관 중 한 명으로, 취임 초기에는 부처를 장악해 '박근혜 농정'을 잘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스스로도 "농사를 짓던 집에서 커서 시골에서 농사짓겠다는 꿈을 꾸다가 평생 연구소에서 농정을 연구해 왔지만 막상 '우짜다가' 중요한 직책을 맡게 돼보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겸손하게 자평했지만 이제 이동필식 농정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정국을 수습하면서 대폭적인 개각이 예고돼 있지만 이 장관은 이번 쇄신 태풍에서는 살짝 비껴나 있다.

이 장관이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에 조예가 깊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있으면서 그는 전통주와 인삼, 한약재 등을 살리는 데 앞장섰다. '전통주의 산증인'이자 '막걸리 부활의 아버지' 등으로 불리던 이 장관이 농식품부 장관에 발탁되자 전통주 업계에서는 환호했다. 그렇다고 지난 1년 3개월여 동안 그가 특별히 전통주 살리기에만 나선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연구자로서의 생활이 보람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전통주와 인삼, 한약재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사실 다른 연구자들이 잘 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잘나가는 사람들이 쌀이나 한우, 축산 등을 할 때 저는 아무도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런 것들을 주워서 골방에 갇혀서 남들이 보나 안보나 연구했다. 연구자는 좀 쓸쓸하고 외롭고 그렇게 얻어진 결과가 지금의 전통주산업의 부활이고, 그런 것들이다."

전통주업체는 1990년대 이후 꾸준한 규제 완화로 2001년 129개로 늘어났고 2012년에는 628개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주류 매출액 중에서 전통주의 비중은 아직도 0.5%에 불과하다.

이 장관이 한산소곡주를 찾아 나선 것은 전통주 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쌀시장 개방과도 직결돼 있다. 그는 이날 "쌀 관세화를 앞두고 쌀만으로는 쌀 문제를 풀지 못한다"며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쌀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찾아가는 막걸리 양조장 사업으로 두 곳이 선정돼 있다. 충남 당진 신평 양조장과 충북 단양의 대강 양조장이 그곳이다. 당진의 신평 막걸리는 올해 초 삼성그룹의 신년 만찬회에 건배주로 선정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한산 소곡주를 찾아간 것도 전통주 부활뿐 아니라 쌀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농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쌀을 많이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쌀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도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술은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쌀시장 개방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쌀 관세화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농식품부 입장은 6월 말까지 정부 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고하고 9월 말까지는 최종 확정해서 이해당사국에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 등 쌀 수출국들이 WTO에서 우리 입장을 검증해서 문제가 없다고 하면 우리는 우리 방침대로 쌀시장을 개방하되 관세를 매긴다. 관세율은 몇%라는 것을 통보해주게 된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다 동의해야 가능한 어려운 문제다.

우리나라는 1994년 WTO에 가입할 때 쌀수입 개방은 10년간 유예하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해마다 증가시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다시 10년을 연장, 올해 말로 20년의 유예기간이 종료하게 되면서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게 됐다. 개방하지 않는 대가로 20년을 연장하면서 의무수입 물량이 40만t이 넘어서 국내 소비량의 9~10%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더 유예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사정이 더 열악한 필리핀의 경우, 한 번 더 유예하려는 협상을 하고 있는데 축산 등 다른 것, 별걸 다 개방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시 유예하려고 할 경우, 현재의 40여만t 의무 수입물량이 두 배로 증가하면 한국 농업에서 쌀 산업이 없어질 정도로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것이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20일쯤 공청회를 통해 농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듣고 이달 말까지는 정부안을 확정지으려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쌀이라는 것이 20년 동안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국익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과 관리가 그동안에는 다소 엄격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농업에 대한 지원 예산은 올해 약 13조5천억원 정도다. 그동안 납세자인 국민들이 참 배려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과 농업개혁에 대해 소통하면서 농업은 이런 의의가 있고 중요하니까 이해해달라, 농촌은 이러한 가치가 있는데다 전 국민의 삶의 터전이자 쉼터로서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는 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무조건 농촌을 지키자고 한다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저도 여기에 와서 농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알뜰하게 잘 하려고 노력해왔다. 어디 가면 '없는 집에 시집 온 며느리 같다'며 '한 푼이라도 아껴서 꼭 써야 할 곳에 쓰겠다. 시누이는 엿 사먹자고 꼬드기고 시어머니는 떡 해먹자고 한다. 그래도 제가 잘 틀어쥐고 헛돈 쓰지 않도록 하겠다'며 강조하고 있다."

-이 장관 취임 후 농정에 큰 변화가 왔다고 한다.

"장관이 바뀌더라도 이 정부의 농정에는 큰 변화가 없도록 5개년 실천계획과 로드맵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인 농정이 돼야 한다 ▷경영체 데이터베이스(DB)를 조기에 구축한다 ▷정부 3.0에 맞는 '협업정부' 구축이라는 세 가지 방식을 추진해왔다.

첫째로 '주인 농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지자체, 마을 단위나 영농주체들이 중앙정부와 위만 쳐다보고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인정신을 갖고 자기 지역의 자원과 여건을 판단,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개발을 위해 마을 단위로 보내는 돈이 연간 3천억원이나 된다.

두 번째는 경영체 DB구축인데, 우리나라에서 농가 115만 호와 영농법인 등 농업경영체가 도합 150여만 개가 된다. 이 경영체에 대해 식구가 얼마나 되고 땅은 어느 정도이며 무슨 작물을 심고 환매한 수입과 부채가 얼마인지를 다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쪽에서는 농가에 지원한 사업 중 지원 내역과 구축한 농가 경영체 DB를 연결하면 어디에 얼마나 지원하고 성과는 어떤지 등이 다 파악된다. 지원과 성과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자료를 잘 활용하면, 예를 들어 의성 마늘을 비롯한 지역 단위에서도 소득을 올리는 농가와 그렇지 못한 농가, 경영을 잘하는 농가가 다 파악된다. 그것을 찾아내서 벤치마킹을 할 수 있다. 이것만 구축되면 농정이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셋째 협업정부라는 것은 여러 부처가 같이하자는 것이다. 6차 산업 이야기인데 농업생산이 1차 산업, 가공은 2차 산업, 관광과 서비스 유통이 3차 산업인데 6차 산업은 각 지역 특유의 자원에 생태와 예술, 관광 등을 접목한 것으로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 유통하고 서비스해서 관광까지 결합시킨 것이다.

-그 밖에 장관 취임 후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정부와 농민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전에는 우리 농식품부가 죽으라고 고생하고 일했는데 욕을 먹기도 해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각계각층 인사 160여 명으로 '국민공감 농정위원회'를 만들어 우리 농업의 여러 문제들을 논의했다.

농업재해보험제도도 바꿨다. 이제까지는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오르면 금방 수입해서 가격안정에 나섰는데 물가안정 때문에 농산물을 수입하지는 않겠다고 박근혜 대통령께 보고했다. 일정한 가격대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좀 오르더라도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지난해 농가소득이 11.7%나 올랐다. 이것은 지난 19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농가 전체의 호당 평균 소득이 농가소득인데. 그게 2012년 3천100만원이었다면 2013년엔 3천500여만원이 됐다.

장관이 잘해서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농업소득이 안정된 측면이 있고 농외소득도 늘어났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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