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길안에서 양곡재를 지나 청송 파천 황목재로 들어서면 길을 따라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소나무 밑둥치 주변은 다른 잡목들이 전혀 없이 깔끔하게 청소를 해 놓은 듯했다. 청송군이 추진 중인 '명품 소나무숲 조성사업' 덕분이다. 이달부터는 포항과 영덕에서 들어오는 길목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은 "소나무가 보기 좋다"며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
잘 정비된 소나무숲은 올해 초 청송군 산림환경과장으로 부임한 이경우(55) 사무관의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 이 사무관은 "청송은 소나무부터 살리는 게 먼저"라고 했다. "청송(靑松)이라는 지명에 벌써 소나무가 들어가 있어요. 청송에서 가장 많은 것도 소나무이고, 제일 귀한 것도 소나무죠." 청송군의 '명품 소나무숲 조성사업'은 지난해 산림청이 주관한 전국 숲가꾸기 일관시스템 모델 숲 조성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동료 직원들은 이 사무관의 열정을 보며 건강이라도 해칠까 봐 염려한다. 이 과장은 지난 3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공산림 가꾸기 근로자들과 현장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긴 막대기를 짚고 구둣발로 능선을 오르내리더라도 일일이 현장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맨손으로 풀을 뽑고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댕가루 과장요, 오늘은 아이스께끼 없습니까?" 근로자들은 이 사무관을 두고 '댕가루 과장'이라 부른다. '댕가루'는 하얀 쌀가루를 뜻하는 청송 사투리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머리가 쌀가루를 덮어쓴 것처럼 하얗게 세었다며 붙여진 별명이다. 이 사무관은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휴식 시간마다 사비를 털어 근로자들에게 간식을 낸다. 격의 없이 일하다 보니 간식 시간이 되면 근로자들은 은근히 이 사무관을 조르기도 한다. 그는 "더운 날 현장에 나와 일하면 땀이 비 오듯 하며 갈증이 많이 난다"면서 "현장에서 내가 제일 일 안 하는데 간식이라도 내야 잔소리 듣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매일 점심은 산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며 해결한다. 이 사무관이 그날그날 '밥조'를 지정하면 근로자 3명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한다. 산에서 일하다가 읍내까지 내려가 식사를 하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서 일 시킨다"는 불평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응이 좋다. 매일 '밥조'가 정확히 정오에 점심을 준비하고 일찌감치 점심을 해결한 근로자들은 점심시간을 여유 있게 이용하거나 낮잠까지 잘 수 있게 됐다. 이 사무관은 "청송의 소나무를 끝까지 가꾸고 지켜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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