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 '명품 소나무숲' 조성 이경우 사무관

'靑松' 이름 값하려면 소나무부터 가꿔야죠

10일 오후 청송군 안덕면 문거리 도로변에서 만난 이경우 청송군 산림환경과장은 오늘도 현장에서
10일 오후 청송군 안덕면 문거리 도로변에서 만난 이경우 청송군 산림환경과장은 오늘도 현장에서 '명품 소나무숲 조성사업'을 이끌고 있다. 전종훈 기자

안동 길안에서 양곡재를 지나 청송 파천 황목재로 들어서면 길을 따라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소나무 밑둥치 주변은 다른 잡목들이 전혀 없이 깔끔하게 청소를 해 놓은 듯했다. 청송군이 추진 중인 '명품 소나무숲 조성사업' 덕분이다. 이달부터는 포항과 영덕에서 들어오는 길목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은 "소나무가 보기 좋다"며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

잘 정비된 소나무숲은 올해 초 청송군 산림환경과장으로 부임한 이경우(55) 사무관의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 이 사무관은 "청송은 소나무부터 살리는 게 먼저"라고 했다. "청송(靑松)이라는 지명에 벌써 소나무가 들어가 있어요. 청송에서 가장 많은 것도 소나무이고, 제일 귀한 것도 소나무죠." 청송군의 '명품 소나무숲 조성사업'은 지난해 산림청이 주관한 전국 숲가꾸기 일관시스템 모델 숲 조성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동료 직원들은 이 사무관의 열정을 보며 건강이라도 해칠까 봐 염려한다. 이 과장은 지난 3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공산림 가꾸기 근로자들과 현장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긴 막대기를 짚고 구둣발로 능선을 오르내리더라도 일일이 현장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맨손으로 풀을 뽑고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댕가루 과장요, 오늘은 아이스께끼 없습니까?" 근로자들은 이 사무관을 두고 '댕가루 과장'이라 부른다. '댕가루'는 하얀 쌀가루를 뜻하는 청송 사투리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머리가 쌀가루를 덮어쓴 것처럼 하얗게 세었다며 붙여진 별명이다. 이 사무관은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휴식 시간마다 사비를 털어 근로자들에게 간식을 낸다. 격의 없이 일하다 보니 간식 시간이 되면 근로자들은 은근히 이 사무관을 조르기도 한다. 그는 "더운 날 현장에 나와 일하면 땀이 비 오듯 하며 갈증이 많이 난다"면서 "현장에서 내가 제일 일 안 하는데 간식이라도 내야 잔소리 듣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매일 점심은 산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며 해결한다. 이 사무관이 그날그날 '밥조'를 지정하면 근로자 3명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한다. 산에서 일하다가 읍내까지 내려가 식사를 하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서 일 시킨다"는 불평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응이 좋다. 매일 '밥조'가 정확히 정오에 점심을 준비하고 일찌감치 점심을 해결한 근로자들은 점심시간을 여유 있게 이용하거나 낮잠까지 잘 수 있게 됐다. 이 사무관은 "청송의 소나무를 끝까지 가꾸고 지켜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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