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헌 기자의 '올라'] 시끌벅적 공항→조용한 거리→경기장 주변은 시위 몸살

"공공서비스 예산 없는데 월드컵 유치는 국가 낭비" 지하철 노조도 파업 경고

상파울루 과룰루스 공항에 마련된 풀레코 조형물 앞에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상파울루 과룰루스 공항에 마련된 풀레코 조형물 앞에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64년 만에 월드컵이 열린 13일 상파울루 과룰루스 국제공항은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자국 선수의 유니폼이나 화려한 전통 복장 차림의 각국 응원단이 탄 비행기가 줄지어 도착하면서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려는 인파가 길게 늘어섰다. 브라질을 상징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이들을 맞이한 공항'항공사 직원들은 국적만큼 다양한 관광객들의 질문에 일일이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대한항공 상파울루 지점 한 관계자는 "평소에도 붐비는 공항이지만 개막전이 열리는 날이라 아침부터 더욱 분주했다"고 귀띔했다.

공항 곳곳에는 대회 공식 마스코트 '풀레코'(Fuleco)가 월드컵 분위기를 띄웠다. 관광객들은 '풀레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축제의 개막을 만끽했다. '풀레코'는 포르투갈어인 'Futebol'(축구)과 'Ecologia'(환경)의 합성어로, 브라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동물 아르마딜로를 형상화했다. 브라질 국기의 녹색, 노란색, 파란색이 마스코트 안에 표현돼 있다.

하지만 공항 밖에서는 월드컵 개막전 개최도시다운 열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상파울루 시내에는 월드컵을 홍보하는 현수막도, 시민들의 들뜬 표정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교민 안상준(46) 씨는 "월드컵이 다가와도 계속 조용하기만 했다"며 "교육'의료'복지 등 공공서비스를 확충할 돈이 월드컵 유치에 낭비됐다고 보는 시민들이 적지않아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개막전이 열린 상파울루 경기장은 과룰루스공항에서 25㎞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 주변 역시 경찰력이 대규모로 배치돼 축제의 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애초 이날도 대규모 월드컵 반대시위가 예고돼 있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최소 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파울루 지하철 노조가 사전 예고와 달리 이날 파업을 재개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상파울루 지하철 노조는 이달 6일부터 닷새간 파업을 벌여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으며, 지하철 운행은 10일부터 재개됐다. 이 기간 브라질에 도착했던 관광객들은 교통 체증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해야 했다.

대회 전부터 염려됐던 치안 문제도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각국 취재진이 묵는 호텔에서도 물품 도난 소식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비관론자들이 대회의 성공을 의심하는 것은 이미 경기에서 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소 다른 모습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글 사진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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