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실효성 높이되 '적합업종' 기본 틀은 지켜라

정부가 시행한 지 3년이 채 안 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손을 댈 모양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1일 중기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신청'접수에서부터 적합성 검토, 합의와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운영 전반에 걸쳐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적합업종 재심의나 조정, 조기 해제, 연장 등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의도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특정 품목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을 막음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다. 2011년 9월 제도 도입과 함께 모두 100개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오는 9월로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순대와 떡, 장류 등 14개 품목을 포함해 82개 품목이 올해로 지정 만료되며 28개 품목은 신규 지정을 앞두고 있다.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약자가 설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필요한 제도라는 평가다.

당국의 설명대로 제도 시행과정에서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불거지거나 낮은 실효성, 중소기업 자생력 저하 등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보다 나은 방향으로 고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개선방안에 대기업의 입장이 대거 반영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라 하더라도 재심의를 통해 조기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지정 연장 시 1~3년 범위에서 차등 적용, 재합의를 신청하지 않은 지정 만료 업종의 경우 자동 해제 등의 규정이 대표적이다.

개선은 말 그대로 문제점을 고쳐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개선방안이 자칫 제도의 취지를 흐리거나 기본 틀마저 약화시킨다면 이는 개악이다. 도입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았지만 적합업종 제도 시행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마찰이 완전히 사려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대기업은 틈나는 대로 업종 제한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중소기업의 피해의식도 여전하다. 그만큼 상생과 공존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당국은 중소기업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규제 일변도 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율 합의를 존중하는 등 거시적 시각에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선이 꼭 필요한 문제점과 모호한 규정만 명확하게 고치고 '약자 보호'라는 룰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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