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의 인적 쇄신 구상에는 친정체제 구축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 파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수석 교체에 이어 개각 카드를 서둘러 빼든 것은 자칫 실기할 경우, 국정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기춘 실장을 유임시키는 대신 청와대에 안종범 경제수석과 김영한 민정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등 대구경북(TK) 출신을 대거 기용하고, 최경환 국회의원을 경제부총리로 기용한 것은 친박실세를 내세운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강한 의지로 읽히고 있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으로 출마한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선전한 대구 민심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PK중심의 국정운영이 계속되면서 박 대통령의 최대 지지기반인 TK지역의 소외감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배려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내각 핵심 지역출신 기용
이번 개각을 통해 최 부총리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 등 2명의 지역출신이 더 기용되면서 내각에는 유임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과 더불어 대구경북 출신이 두텁게 박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과 함께 일해 온 최 부총리 내정자가 경제팀을 지휘하게 됨으로써 세월호 사태 이후 위축된 국내경기 활성화와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정과제 추진에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 부총리와 함께 청와대 경제수석에 박 대통령의 대선 복지공약을 입안한 안종범 국회의원을 기용, '투톱' 체제를 구축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경제성장 ▷규제혁파 ▷공공기관 정상화 ▷연금개혁 등 개혁과제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부총리 내정자는 지난 MB정부 때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데 이어 이번에 경제부총리로 발탁되면서 2개 정권에서 잇따라 경제부처 장관을 맡게 됐다. 특히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박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도 재확인한 셈이다.
정종섭 안행부 장관 내정자는 '깜짝 카드'라는 지적이다. 정 내정자는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심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정홍원 총리와 호흡을 맞춰 박 대통령의 뜻에 따른 '개혁공천'을 추진한 인연이 있다. 특히 공직후보자심사위 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도덕성 검증 위원장을 맡아 검증 기준 강화, 엄격한 심사 등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태우정부 당시 권력형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특별검사제도 도입을 처음 주장한 정 내정자는 원칙주의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정치'사법'국회'관료개혁을 내세우고 '대통령 직선 의원내각제'를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 내정자는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일하다가 교수로 전직해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될 경우 행정자치부로 재출범하는 안전행정부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의 적임자로 발탁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경제수석, 지역 출신 투톱
청와대 내 TK 인맥으로 자리 잡게 된 김영한 민정수석은 의성이 고향으로 경북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김 수석은 특히 지난 2003년 서울지검 공안1부장 때 희망돼지 저금통을 무상분배한 배우 문성근 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수원지검장 시절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등 야권 쪽 인사들과는 악연을 맺어왔다고 한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로 지난 2012년 대검 강력부장 자리에서 옷을 벗었다.
검찰 내에서는 김 수석에 대해 "전형적인 선비 스타일로 강직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조직장악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총괄했던 핵심 경제브레인으로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는 성균관대 교수 시절인 2005년부터 박 대통령의 '공부 모임' 멤버로 참여했고, 지난 대선 때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기초연금을 포함한 복지 관련 핵심 공약을 마련한 주역이었다.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도 청와대 수석으로 입성하거나 입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박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사로 꼽혀왔다.
최 부총리 내정자와는 위스콘신대 유학파로 위스콘신 인맥을 맺고 있다.
이번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통해 최 부총리 내정자와 정 장관 내정자가 새롭게 내각에 진출하고 청와대에도 3명의 수석들이 대거 입성함에 따라 'TK 소외론'은 쑥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잇단 파문에도 불구하고 문 총리 후보자 카드를 밀어붙이면서 개각을 단행한 것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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