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지방선거판의 외국인 김강산 씨

"축제같은 한국의 선거 살벌한 파키스탄과 많이 달라 정도 듬뿍 받았네요"

김강산 씨가
김강산 씨가 "대구경북만 한 곳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김 씨는 대구경북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4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경상북도지사에 당선된 김관용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원들 중 많은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운동원이 있었다. 그 운동원은 장대한 기골에 깊은 눈매, 그리고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보였다. 모두들 그 운동원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볼 때 김 후보는 그 운동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경상북도 지역이 너무 넓어서 이번에 선거 제대로 한 번 해 보려고 외국에서 일손을 빌려온 친구입니다. 코도 크고 인물도 좋지요? 이 친구가 선거운동 한다고 저를 따라다니다 보니 바람이 들어 출마하려고 해서 큰일났습니다그려."

유세장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김 후보가 지목한 이 선거운동원은 파키스탄에서 온 김강산(34'파키스탄 이름 찌마 패설) 씨다.

◆9년 된 '진짜 경상도 남자'

김강산 씨는 한국의 중장비를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2005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정식으로 한국에 기업을 열었다. 2010년에는 100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기부와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김 씨를 만나기 위해 경북 경산시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파트 안에 사무실을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외국인 바이어나 같이 일하는 외국인 직원 중에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분들을 위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기 위해서란다. 김 씨가 차를 준비하던 도중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집에 있는 부인인 모양이다. "응, 응, 아니…. 개안타. 알아서 하께. 응." 듣다 보니 전형적인 경상도 아저씨의 전화통화 스타일이다. 김 씨는 무뚝뚝한 톤의 경상도 사투리를 수준급으로 구사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대구하고 경산에서 사업하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됐심더. 인자는 서울에서 표준어 쓸라고 캐도 잘 안됩니더. 서울에서 사투리 쓰면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그랬심더. 처음에는 '내가 외국인이라서 이상하게 보나' 싶어서 기분이 나빴는데, 지금은 '사투리 쓰니까 신기해서 보나 보다' 하고 생각합니더."

◆파키스탄에 없는 거리유세 부러워

김 씨의 선거판 활동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부터 새누리당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새누리당 최경환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유세, 그리고 같은 해 대통령 선거 때도 박근혜 후보를 위해 뛰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유권자들은 외국인 선거운동원이 후보 이름을 크게 연호하는 모습에 신기해했다.

"이번에도 제가 시장에서 피켓 들고 '김관용! 김관용!' 외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데예. 또 유세장에 가면 거기 있는 할매나 아지매들이 '어데서 왔노? 한국 사람이가?' 카면서 물어보십니더. 그라믄 저는 '이래 생겼어도 한국 사람 맞심더'라고 하지예. 그카면 할매들은 '아이고, 됐다 마. 이거나 좀 묵고 가그래이' 카면서 뭐라도 하나 입에 넣어 주십니더. 이런 거 겪을 때마다 '한국 사람은 참 따뜻하구나'라는 거를 느낍니더."

선거운동원으로 세 번의 선거를 겪으면서 김 씨는 파키스탄에 없는 한국의 선거문화를 부러워했다. 파키스탄에 비해 한국의 선거는 축제처럼 치러지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길거리에서 후보가 직접 유권자와 악수하고 인사하는 장면은 인상깊게 다가온 모습이었다.

"파키스탄에서 길거리 유세는 테러를 당할 위험 때문에 꿈도 못 꿉니더. 어디 큰 연설장 같은 데 잡아가지고 사설 경비 인력들 불러가 경비 세운 다음에 연설도 하고 유세도 합니더. 그라고 길에서든 방송토론회에서든 상대 후보 만나면 후보들끼리 서로 인사도 하지 않습니꺼. 파키스탄에서는 테레비 앞에서는 악수하고 인사하고 해도 돌아서면 살벌하게 싸웁니더. 후보 간에 예의를 지키는 것도 배울 점 같심더."

◆파키스탄에서 '박정희' 같은 사람 되고파

김 씨는 예전부터도 정치에 관심이 많았었다. 김 씨는 "일가친척들 중 정'관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나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 새누리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파키스탄의 우호 증진에 많은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김 씨는 파키스탄에 가장 필요한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카리스마를 가진 통치자'라고 했다.

"파키스탄은 유능한 지도자만 만난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더. 지하자원도 많지예, 인구도 많지예, 이런저런 가능성이 참으로 많은 나랍니더. 제가 한국과 파키스탄의 연결고리가 돼 가지고 한국의 투자를 통해 파키스탄과 한국이 모두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습니더."

새누리당 당원이고 그 나름 경북 도내에 얼굴도 알려졌으니 혹시 한국에서 정치를 해 볼 생각은 없는지 물어봤다.

"지금 한국에서 하는 사업부터 열심히 해야지예. 아직은 정치인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거 어려워하는 파키스탄 사람이나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우선입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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