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물건들에 세계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수명을 다하고 버려진 전자기기에서부터 방수천, 심지어 길바닥 위에 버려진 껌도 새 생명을 얻는 시대다.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쓰레기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주변은 보물로 가득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남들이 쉽게 지나친 물건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도 한다. 버려진 방수 천으로 만든 가방이 한 해 500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이쯤 되면 '쓰레기도 다시 보자'라는 마음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속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쓰레기 속의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느껴보자.
◆껌을 업사이클링하다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서는 핑크색 동그란 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의 정체는 '검드롭빈'(Gumdrop bin), 우리말로 하면 '껌 수거통'이다. 사람들이 길을 걷다 껌을 뱉을 수 있는 통이다. 껌 수거통이 업사이클링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는 통을 만드는 재료 때문이다. 통을 만드는 원료는 다름 아닌 껌에서 뽑아냈다.
수거통을 발명한 안나 불루스는 매일 수십만 개의 껌들이 런던 번화가에 버려진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인도와 공공시설에 붙은 껌을 떼어내는 데만 연 2천565억원이 든다. 안나는 길거리 위의 껌들을 보고 "껌은 고무고, 고무는 재활용될 수 있지 않나? 그렇다면 껌으로 물건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8개월 동안 실험한 끝에 껌에서 핑크색 통을 만들 수 있는 중합체를 뽑아낼 수 있었다. 껌 수거통은 세계적인 호평에 힘입어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영국 켄싱턴 바닥을 화려하게 수놓은 재활용 타일
길거리에 버려진 폐유리병에 '전통을 살리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을까. 런던의 위성도시 켄싱턴은 자연경관과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마을이다. 도시에 깔린 울퉁불퉁한 돌 타일 도로가 전통적인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지비용이 문제였다. 돌 타일로 새로 만들자니 만만치 않은 예산이 필요했고 그렇다고 전통을 무시하고 아스팔트를 깔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문제를 해결한 건 버려진 폐유리병이었다. 도시계획담당자들은 재활용 유리병을 이용한 타일을 개발했고 '그린보틀유닛'(Green Bottle Unit)을 조직해 사업에 지역주민을 참여시켰다.
폐유리병 타일은 최선의 방법이었다. 자연분해가 불가능한 유리를 재활용해 환경도 살리고 켄싱턴의 오래된 도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폐유리병 안에 갖혀있던 숨은 가치가 업사이클링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사례다.
◆버려지는 음식 속에 숨은 가치
음식물 쓰레기에서 '쓰레기'가 아닌 '음식'에 집중해 업사이클링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푸드사이클(Food Cycle)은 매년 40만t 이상의 멀쩡한 음식이 버려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비영리단체 푸드사이클은 남아서 못 파는 음식을 모아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다시 요리해 판매하는 소규모 레스토랑이자 비영리단체다.
단체는 음식에 열정이 있는 대학생들이나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운영된다. 재료는 푸드사이클과 계약을 맺은 상점에서 공급받는다. 이렇게 얻은 식재료들은 영국 전역에 있는 14개 푸드사이클 카페에서 영양가 있는 요리로 다시 태어나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패션을 완성시키는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이 탄생했다. 바로 업사이클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 '프라이탁'이다. 프라이탁은 1993년 스위스 프라이탁 형제, 마커스와 다니엘이 자신들의 성을 따서 만든 브랜드이다. 프라이탁 형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방수 덮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버려진 트럭 덮개로 만든 가방은 통념을 뒤집었다. 방수 천은 수작업과 희소성, 내구성이라는 3박자를 갖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품 가방'으로 탈바꿈했다.
착한 소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높은 가격에도 프라이탁에 열광한다. 현재 프라이탁은 고가의 가격(20~70만원)임에도 전 세계 350여 개의 매장에서 500억원어치의 제품을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선두 패션기업으로 자리 매김에 성공했다.
◆발끝까지 내려온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은 양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솔메이트 삭스 창립자 마리안느 워카린 씨는 버려진 헌옷에서 뽑아낸 실을 이용해 양말을 만든다. 마리안느 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솜씨로 연간 100여 개의 양말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에 양말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현재 세계 각국에 10억 켤레가 넘게 수출되고 있다. 재활용 옷에서 실을 뽑아내는 만큼 색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루한 요소를 없앴다. 단단한 니트 소재로 따뜻하면서도 통기성이 높아 아웃도어뿐 아니라 패션 소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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