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진보 교육감, 재판보다 교육화합 고민할 때

진보 교육감 당선자 9명이 어제 법원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판결을 내려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인지를 가리기 위한 서울 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불과 사흘 남겨두고서다. 이미 탄원서를 낸 재선 진보 교육감 4명을 포함해 전원이 법원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탄원하고 나섰다. 이들이 탄원서를 낸 것은 19일로 예정된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임이 명백해 보인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취임도 하기 전부터 진보'보수가 충돌하고 있는 전교조 감싸기에 나선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이 노동조합법을 어겼다며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했고, 이후 정부와 전교조는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공직자인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한 진보 교육감 당선자는 "전교조 조합원 출신이 전국 8곳에서 당선됐다. 이런 선택을 한 국민의 마음은 교육을 바로 세워 달라는 것이며 그 길에 전교조가 꼭 필요하다"고 썼다.

하지만 이번 진보 교육감의 무더기 당선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결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만 하더라도 조희연 당선자의 득표율은 39%였다. 보수 후보로 분류된 문용린 후보(31%)와 고승덕 후보(24%)가 얻은 표를 더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진보 교육감들이'국민의 뜻'을 내세우기에 앞서 신중해져야 할 이유다.

교육감 당선자들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조용히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후속 대책을 구상할 일이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 문제를 비롯해 교육정책에선 가뜩이나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교육감들이 '국민 뜻'을 잘못 해석해 교육부와 사안마다 부딪히면 교육 현장이 더욱 황폐해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흔들리면 4년 후 국민들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고 교육정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백년지계라는 교육은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교육감들은 재판에 관여하기보다 어떻게 교육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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