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나는 갑갑한 도시를 떠나서 산속에서 머무르며 자연을 음미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는데, 날이 갈수록 그 증세가 심각해지고 있다. 주말이면 등짐을 짊어지고 산속으로 떠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지경이다. 젊을 때에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도시생활이 더욱 안락하게 느껴졌으나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였다.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보행을 한 인류의 조상은 자유로운 손을 이용하여 도구를 만들면서 두뇌가 발달되기 시작하였고 불을 이용하면서 약 200만 년 전에 현생 인류로 진화하였다. 맹수들에 비해 힘이 약했던 인류는 씨족공동체 형태의 소규모 집단을 이루어 약점을 보완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직화된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현대적 인간의 모습은 이처럼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숲을 그리워하며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사람들의 향수병도 이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최초의 대규모 도시문명인 '사라즘'(Sarazm)은 타지키스탄(Tajikistan)에 있는데, '땅이 시작되는 곳'(where the land begins)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기원전 4천 년부터 3천 년 말까지 중앙아시아에서 발달하였으며,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처럼 도시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거의 함께하였다고 할 정도로 오랜 것이다. 조직화된 도시에서 개개인은 세분화된 역할을 수행하며 점차 전문화되는데, 개인이 맡은 역할의 희소성에 따라 빈부가 갈라지게 되며 자본주의현상이 생겨나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손목에 채워진 기계적인 시간이 우리를 지배하지만 숲 속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인공적인 시간이 아닌, 자연을 지배하는 태양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태양의 시간은 생체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사람을 편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싫으나 좋으나 도시를 떠나서는 살아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도시가 더욱 비대해지는 만큼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도시인들의 욕망도 커져서 휴일이면 들로 산으로 자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숲은 맑은 산소와 피톤치드, 그리고 음이온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이것들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귀중한 회복제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도시생활을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사람의 본성은 영원히 숲을 향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65%가 숲이다. 산림지역을 잘 보존하면서도 숲의 치유기능을 이용해서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숲은 오래전에 우리가 떠나온 곳이며, 우리는 그 숲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재호(오블리제성형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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