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서부시장. 번화한 대로변을 지나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적막함이 가득했다. 채소, 건어물, 옷집 등 간간이 문을 연 가게가 보일라치면, 이내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이 쭉 이어졌다. 흔한 '점포정리' 쪽지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장 더 깊은 골목은 점포가 살림집으로 변했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슬럼화가 가속화 됐다. 대낮 어둑한 골목 안으로 어디선가 미싱 소리만 드르륵 울렸다. 한 상인은 "서구에서 제일 크던 시장이 10여 년 전 대형마트가 하나 둘 들어선 후 이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서부시장, '제2 방천시장' 될까?
상권 침체로 낙후된 재래시장에 '음식 프랜차이즈 타운'을 조성해 시장을 재생하려는 사업이 추진된다.
치킨, 한우구이, 막창, 커피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대구 유명 프랜차이즈점들을 입점시켜 김광석 거리로 유명한 중구 방천시장처럼 명물거리로 만들고 주차장, 편의시설 등 현대화 작업도 병행한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프랜차이즈협회와 대상을 물색하던 중 규모가 크면서도 빈 점포가 많아 조기 사업 착수가 가능한 서부시장을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1972년 문을 연 대구 서부시장은 1만9천㎡ 부지에 500여개 점포를 갖춘 대형 시장으로 한 시대를 구가했다. 한때는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으로 불렸다. 특히 16개의 2~3층 상가건물이 바둑판식으로 반듯하게 들어선 모습은 당시로써도 획기적이었다. 손님도 많았고, 장사도 잘됐다. 서부시장 최장성(69) 상인회장은 "20년 전 시세로 이곳 점포 한 칸(5~6평)이 최소 1억2천만원에서 3억원에 거래됐다. 지금은 오히려 그 절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대구에 대형마트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인근 공장들이 옮겨가면서 시장은 급격히 쇠락했다. 재건축 논의가 10여 년 전 있었지만 건물주들 간 의견이 맞지 않아 무위가 됐다. 지금은 재건축하고 싶어도 사업성이 낮아 개발업체를 구하기가 어렵다. 소상공인 진흥공단은 이런 서부시장에 A~E 중 D등급을 매겼다.
최 회장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시장의 생존이 힘들다. 음식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들어서면 젊은이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이곳 상인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전국 유일의 음식 프랜차이즈 특화거리
시는 서부시장 4개 동 건물주와 협의를 거쳐 13개 프랜차이즈 업체와 임대차 계약을 성사시켰고, 2개 업체와 계약 완료를 앞두고 있다.
특화거리에는 호식이두마리, 종국이두마리, 땅땅치킨, 멕시카나 등 '대구 치맥'을 전국에 알린 치킨 프랜차이즈점 7개가 주력으로 들어선다. 종국이두마리 이현정 기획실장은 "치킨의 본고장인 대구에서 이런 특화 골목이 생기면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이나 이벤트 등 즐길 거리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방천시장 맛집으로 유명한 대한뉴스(한우구이), 방천 가족족발, 달구지막창과 커피점 등 8개도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올 하반기 중으로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업체 간 임대계약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11월쯤 음식 프랜차이즈 타운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낙후된 상가건물에 전기설비 개선 및 도시가스설비 공사 명목으로 시비 8억원을 투입하고, 공용화장실 개보수, 상징 조형물 설치, 도로 정비 등 시장 환경을 새로 단장한다. 또 국·시비 29억원을 확보해 서부시장 인근 주택지 1천㎡에 주차장도 조성한다.
프랜차이즈점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전시장, 조리 체험장, 소규모 공연장, 인터넷 활용 공간 등 즐길 거리를 마련하고, 저렴한 가격에 신제품 요리를 제공해 시장 반응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먹을거리 시험장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시 안국중 경제통상국장은 "대구 130여개 재래시장 중 상당수가 시장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며 "대구 서부시장 프랜차이즈 특구 사업이 재래시장 기능을 전환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범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