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대~한민국"으로 뭉쳤다.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린 18일 오전 7시. 대구의 유일한 공식 거리응원 장소인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비롯한 곳곳에서 이른 아침부터 시민과 축구팬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한국팀을 응원했다. 세월호 참사로 가라앉은 대한민국이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일어서길 바라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서 거리응원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18일 오전 5시부터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형 전광판 앞에선 500여 명의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흥을 돋웠다.
문지현(28'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직장이 근처라 부서원들과 단체응원을 하고 경기가 끝나는 대로 회사에 가기로 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대표팀의 슛이 나올 때 함성을 내질렀고, 위기를 맞을 땐 두 손을 꼭 쥐며 탄성을 쏟아냈다. 마침내 후반 23분 교체선수로 투입된 이근호가 골을 만들어내자 공원이 떠나갈 듯 함성이 일었고,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아쉽게도 후반 29분 대표팀이 실점하자 잠시 풀이 죽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이내 대표팀이 마지막 힘을 내 다시 승기를 잡기를 기원하며 다시 힘찬 응원을 보냈다.
김중원(29'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무승부로 끝나서 아쉽지만, 다음 경기서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대표팀이 힘을 내 세월호 참사로 쓰러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경기 시청 풍경
18일 오전 8시 10분쯤 도시철도 1호선 대곡행 전동차. 승객들은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한 대학생은 친구의 스마트폰을 함께 보며 "마지막 시험은 포기했다. 제발 이겨라"를 외쳤다.
8시 24분. 이 열차가 반월당역을 지나갈 때쯤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후반 23분 이근호 선수가 러시아를 상대로 첫 골을 넣은 것이다. 승객들은 거의 동시에 열광했다. 주먹을 움켜쥐고 힘차게 아래로 내리꽂으며 '나이스'를 연발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중계를 보지 않고 있던 이들은 다른 승객들의 스마트폰을 곁눈질하느라 바빴다. 등교 중이던 경북여고 1학년 학생 2명은 "이근호가 골을 넣었다기에 뒤늦게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16강 진출도 가능할 것 같다"고 흥분했다.
경기가 1대1 무승부로 끝나자 시민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다음 경기의 선전을 응원했다. 반월당에서 출구를 향해 걸어가며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시청하던 직장인 이모(46) 씨는 "아쉽지만 흥미진진했다. 국가대표팀이 오늘 이상으로 멋진 경기를 해서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좋겠다"고 했다.
◆24시간 업소 북적
18일 오전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김밥집 등은 이른 아침부터 축구팬들로 북적였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이날 오전 5시부터 주문이 쇄도하면서 음식을 받기까지 1시간가량 걸렸고, 일부 24시간 편의점도 준비한 물건이 동나 긴급하게 공수하는 등 바쁜 아침을 보냈다.
이들 상점 주위에서는 DMB를 켜 놓은 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축구팬들이 눈에 띄었고, 대기하는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선전과 승리를 기대하며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
박진찬(26) 씨는 "평소 출근시간보다 앞당겨 회사에서 동료와 치킨을 먹으며 함께 경기를 보려고 새벽에 사무실에 나왔다"고 했다.
거리응원이 펼쳐진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주변 상가도 몰려드는 손님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축구팬들은 김밥, 샌드위치를 사가거나 컵라면에 물을 부어 응원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편의점은 '응원장 가기 전 마지막 편의점입니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컵라면, 돗자리, 생수 등을 잔뜩 쌓아놓은 채 팔았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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