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우주모임 '고향집 칼국수'

부드러운 면발에 진한 홍게 육수 '고향의 맛'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고 학부모라는 신분으로 만났던 이들은 손녀, 손자를 둔 할머니가 됐다. 대구 효목초등학교 우주소년단 1회 학부모 모임 '우주모임'은 20년 전부터 고향집 칼국수를 찾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칼국수의 맛은 변함없다. 최순복 사장이 30년 넘게 전통 칼국수 맛을 고집한 덕분이다.

◆가격을 믿을 수 없는 맛

고향집 칼국수는 지난해 9월, 범어동에서 신천동으로 이전했다. '범어동 칼국수'라 불리던 고향집 칼국수는 이제 신천동 칼국수 집이 되었다. 최 사장은 이전을 준비하며 다양한 메뉴와 맛을 연구했다.

우주모임 총무를 20년째 맡고 있는 남혜숙(60) 씨는 "다양한 메뉴 덕분에 질릴 틈 없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메뉴판을 보니 식사류만 6가지. 수육, 순대, 빈대떡 등 안주류도 선택의 폭이 다양했다.

칼국수 집인 만큼 먼저 손이 가는 음식은 칼국수였다. 맛을 본 안경숙(60) 씨는 "5천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아요. 국물만 먹어봐도 풍부한 재료가 들어간 육수라는 느낌이 들어요"라며 감탄했다.

면도 부드러웠다. 유희숙(62) 씨는 "손으로 직접 밀어 만든 손칼국수는 기계면보다는 쫄깃함이 덜해요. 그렇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깊이 우러난 육수와 잘 어울려 진한 칼국수 맛을 느낄 수 있죠"라고 평가했다.

유일한 남자 멤버인 임봉우(64) 씨는 은행을 퇴직하기 전, 범어동 시절의 고향집 칼국수 집을 회식 장소로 자주 찾았었다. 그는 "먹으면서 늘 느꼈던 건 '정말 고향의 맛'이라는 점이에요. 칼국수를 먹고 있으면 어릴 적 할머니가 밀어 만들어 주시던 칼국수가 생각난다"면서 "국수 끄트머리를 먹기 위해 재롱을 부리기도 했었는데…"라며 추억에 잠겼다.

칼국수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주인이 개발한 음식은 콩국수다. 아홉 가지의 콩을 갈아 국물을 냈다. 콩국수에는 기계로 뽑은 면이 사용되는데, 콩국수에는 부드러운 면보다는 쫄깃한 면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최순복 사장은 "손님 중에 콩국수 국물을 안 먹고 면만 건져 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달려가서 '차라리 면을 남기고 국물을 다 드세요. 이게 다 남는 건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라며 콩국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칼국수는 서민 음식다워야 한다는 고집

고향집 칼국수 사장 부부의 사위 김준형(39) 씨는 '교육생'이다. 사장 부부는 칼국수 집을 사위에게 물려주려고 준비 중이었다. 김 씨는 장인과 장모님을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사이가 각별하지만 종종 장인어른과 부딪히는 때가 있다. 음식값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김 씨는 장인, 장모와 장을 보러 함께 다닌다. 각종 식재료를 트럭으로 배달시켜도 되지만 굳이 장에 가는 이유는 재료를 직접 고르기 위해서다. 김 씨는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재료 값을 뻔히 아는데, 끝까지 음식값을 올리지 않으시더라고요. 이해가 가지 않아 장인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장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어요."

최 사장이 가진 '칼국수는 서민의 음식'이라는 고집은 30년째 계속되고 있다. 값을 저렴하게 해서 서민이 가까이하도록 하는 반면 맛의 질은 고급화하겠다는 게 사장의 철학이다.

사위 김 씨는 '홍게 육수'에 대한 자부심을 털어놓았다. "갑자기 손님이 몰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육수가 갑자기 모자라죠. 초기에는 그럴 때마다 '있는 육수에 물을 더 부으면 되지 않나?'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하셨어요. 서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홍게에 맞는 비율로 육수를 만드는 데 이제는 제가 육수 맛에 고집이 생겼어요."

◆모임장소로 제격인 고향집 칼국수

고향집 칼국수는 각종 모임 장소로 적합하다. 넓은 식당 내부와 다양한 메뉴, 거기다 부담없는 가격 덕분이다.

유희숙 씨는 고향집 칼국수를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작은 방에서부터 넓은 방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시끄럽게 떠들고 싶다면 작은 방에서 모임을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메뉴 또한 장점이다. 남혜란 씨는 "모임을 하다 보면 서로 먹고 싶은 메뉴가 달라 고민일 때가 많아요. 그런데 고향집 칼국수에는 다양한 메뉴가 있기 때문에 마음껏 주문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칼국수 5천원, 들깨칼국수 7천원, 찹쌀수제비 8천원, 콩국수(여름) 7천원, 비빔냉면(여름) 8천원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10시

▷규모:180여 석

▷주차장:50여 대

▷예약:053)751-6850 대구 동구 송리로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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