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물론 병원, 금융, 공기관 등 서비스업종에도 '안전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작년에만 산업재해로 우리나라에서 19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데서 보듯 안전 소홀로 '푼돈'을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안전과 이익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안전은 사업의 성공과 직결돼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안전을 바라보는 경영자나 기관단체장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안전경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 기업과 기관'단체를 소개한다.
◆포스코
"안전은 모든 활동의 최우선! 안전제일! 동료사랑 실천하자!"
포스코 직원들이 매일 오전 8시 출근길에 마주하는 안전구호다. 철강산업 특성상 늘 안전사고와 마주해야 하는 포스코이기에 '안전경영'은 포스코의 오랜 화두다. 포스코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매년 강화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포스코 글로벌 안전보건그룹 재난관리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각 사업장의 전담부서는 상황에 맞춰 신속히 대응한다. 최근 현장 및 사무실에 배치된 안전관리 전담 인원만 해도 150명이 넘는다.
◆안전 투자 강화
포스코는 안전 분야 예산과 투자를 매년 늘리며 안전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재난 발생에 따른 대응과 복구, 안전관리 매뉴얼 등을 점검하며 재난관리체계도 다잡았다.
포스코의 재난관리 메뉴얼은 화재나 폭발, 유해화학물질 누출, 자연재해에 맞서 안전하게 작업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4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글로벌 안전보건그룹 재난관리팀이 컨트롤타워가 된다. 포항과 광양제철소 전담부서는 재난 유형에 맞게 신속히 대응하는데, 이를테면 화재 및 폭발은 설비기술부가 책임지고 유해화학물질 누출은 환경보건그룹 등이 맡는 식이다.
포스코는 빈틈없는 안전관리를 위해 관련부서에 전문가도 대거 배치했다. 현장과 사무실에 산업안전기사 1급 이상 전문 인력 30명을 포함해 150명의 안전관리 전담인력을 산업현장에 상주시키고 있다.
이정식 포항제철소장은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에 앞서 안전교육과 훈련에 관심을 쏟아야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며 "안전은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의 기본이자 기업경영의 최우수 가치라는 사실을 알기에 조직원들 모두가 안전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경영은 마인드에서 시작
포스코가 안전경영에 있어 가장 경계하는 격언은 '사후약방문'이다. 사고 발생 후 대응보다는 사고 예방에 중점을 둔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생산현장에서 작업 전 안전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100여 가지 안전보호 기준과 관리지침에 따라 매일 안전점검을 하며 한 달에 2시간 이상은 전 직원을 상대로 안전관리 교육을 한다. 특히 공장별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사항에 대한 교육은 필수다.
포스코의 안전경영은 출근길 동료들의 '안전활동' 캠페인에서 시작된다. 동료들이 외치는 구호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포스코 직원들은 스스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다. 포스코는 올 1월 안전사고 제로화를 위해 'safety first'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모든 작업을 금지했다. 또 슬로건이 포스코 직원뿐만 아니라 외주협력사 직원, 일용근로자 등에게도 모두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 소장은 "근로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가치다. 한 번의 안전사고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다는 생각으로 점검 또 점검하며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경영은 기본에서 시작
포스코는 기본과 원칙에서 모든 안전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세월호 참사 등 빈발하고 있는 대형사고가 모두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 비롯된 것이기에 포스코는 기본에 충실하려 하고 있다.
'기본 실천의 기간'으로 정한 6월과 7월은 사규와 매뉴얼'작업표준'안전수칙'회사재산보호'품위유지 등을 몸으로 익혀나간다. 직원들이 교육과 반복학습을 통해 원칙을 몸에 재단하면 포스코는 이를 점검하며 지속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안전점검의 날을 통한 전사적 활동도 기본에서 비롯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4월 28일을 '세계철강 안전보건의 날'로 선포하고 회원사들에 4월 중 하루를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해 자체 점검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포스코는 이 활동을 하루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협력사들도 동참시켜 '포스코와 일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과 연계한 안전작업장 조성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안전 및 방재에 관련된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로드맵 발표와 보호구 착용'안전보건표지 부착'안전보건교육'안전작업절차 준수 등 산업재해 예방안전실천 결의대회를 열어 안전사고에 대한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고 있다.
안전교육은 포스코 방문객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단순 업무 협의를 위한 방문객은 인터넷으로 사전 안전 테스트를 진행한다. 테스트는 교통안전 등 제철소 내에서 지켜야 할 기본 안전수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업이나 수리'공사'건설 등을 위해 현장을 찾은 이들은 매주 화'금요일 10대 안전철칙에 대한 교육을 거친다. 이 교육을 걸렀거나 수료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제철소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한형철 포항제철소 행정섭외그룹 리더는 "무재해 및 무사고 제철소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과 원칙을 통해 안전사고 제로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지역기업에 안전 노하우 전수
포스코는 안전경영의 노하우를 지역기업에 전수하며 포항지역 기업들의 안전관리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포스코 안전보건사업국은 전담팀을 구성해 안전보건 경영체계 진단 및 컨설팅 시스템(PSRS)을 출자사와 외주 협력사를 비롯해 포항'광양 인근지역의 기업에도 확대'적용하고 있다. PSRS는 조직단위별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해 우수한 부분은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표준모델화하고, 미흡한 부분은 맞춤형 발전안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포스코의 대표적 안전진단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고가의 안전진단 비용을 크게 줄여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데다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조직안전관리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역기업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이 시스템이 기업을 무재해 일터로 만드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포스코는 앞으로 보다 많은 지역의 사업장에 시스템 도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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