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밭을 당장 갈아엎고 싶은 심정입니다."
김천'고령의 양파 재배 농가들이 본격적인 양파 수확 철이 돌아왔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에 울상만 짓고 있다.
양파는 지난해 상품 20㎏들이 한 망에 1만2천∼1만6천원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서울 가락시장 경락가격이 7천∼9천원 선에 형성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지에서는 양파가격이 제대로 형성도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년에는 창고업자나 양파 수집상들이 산지를 방문해 밭떼기를 시도했지만 올해는 외지 상인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1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된 양파 상품 가격은 ㎏당 463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996원의 절반에도 채 못 미쳤다. 현지시세는 이보다 더 낮아 지름 8㎝ 이상의 상품이 ㎏당 300원이고, 보통은 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양파가격이 폭락한 것은 지난해 수집상들이 20㎏들이 한 망에 1만2천∼1만3천원에 수집해 저장해 둔 양파가 올 초 가격 폭락으로 1만원 선에 거래되면서 수집상들이 공격적인 양파 수매를 꺼리는데다 주산지인 전라도 무안 등지의 양파 재배 면적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천지역 양파 주산지인 구성면의 경우, 알이 굵어지는 시기에 고온'다습한 기온에서 발생하는 양파 노균병이 퍼지는 바람에 크기가 예년보다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천지역의 올해 양파 재배 면적은 516㏊로 지난해 486㏊에 비해 6.2% 늘어났다. 하지만 생산량은 2만8천380t으로 지난해 2만9천926t에 비해 오히려 5.4% 줄었다.
구성면 한 양파 재배농민은 "20㎏들이 한 망의 생산비가 7천500원 정도인데 경매가격이 이보다 낮을 경우, 운임과 수수료 등을 제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양파는 정부가 수급품목(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 가격을 조정하는 물품)으로 정해 가격이 급등하면 외국에서 수입해 가격안정을 유도하는 만큼 가격 폭락 시에도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구성농협 관계자는 "양파가 본격 거래되는 6월 중순부터 7월까지도 가격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회복될지 미지수"라며 "병으로 인해 저장성이 떨어지자 창고에 들어가는 물량보다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늘어난 점도 가격 폭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고령 양파 재배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고령은 쌍림면을 중심으로 양파 재배 446 농가가 267㏊에 걸쳐 양파를 재배하고 있다. 이들 농가는 올해 양파가 현지에서 1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되자 '인건비조차 못 건진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령군 쌍림면 김모 씨는 "지난해 수매한 양파의 상당량이 저장'저온 창고에 그대로 있으며, 지난 겨울 따뜻한 날씨 탓에 얼어 죽는 양파가 줄어들면서 작황이 예년에 비해 좋아졌다"며 "양파밭을 당장 갈아엎고 싶지만, 자식처럼 키운 것들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헐값에 양파 수집상들에게 넘기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한편 전국 양파 재배 면적은 2만3천908㏊이며 경북은 10.9%인 2천60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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