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선·낙선 인사 그만하면 됐다 아이가"

2주 넘게 주요 도심 점령, 신호등·간판·미관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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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거리 곳곳에 당선, 낙선인의 답례 현수막이 여전히 내걸려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의 모습.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감사 인사 현수막, 언제까지 봐야 하죠?"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큰 도로, 교차로는 물론 대구 곳곳에 지방선거 당선인들의 감사 인사 현수막이 여전히 걸려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9일 대구 서부정류장 맞은 편에는 시의원 당선인, 교육감 출마자의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걸려 있었다. 도로를 따라 본리네거리로 향하자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과 시장 선거에 나섰던 김부겸 후보의 현수막이 마주 보고 있었다. 월성네거리에도 시장'시의원 당선인, 시장 낙선자 현수막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듯 걸려 있었다.

수성구 만촌동에서 서구 내당동에 이르는 달구벌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만촌네거리의 한 병원 앞에는 현수막이 나란히 3개나 설치돼 있었다. 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 앞 등 일부 도로에는 공무원들이 나와 현수막을 강제 철거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당선인는 선거 후 13일이 지난 17일까지 자신이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해야 한다. 공직선거법(256조) 상 이를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법적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지 않아 실효성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 제5회 지방선거와 제19대 총선, 제18대 대선 등에서 이 조항으로 고발한 경우는 지역에서 한 건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선인들이 철거를 외면해 고스란히 기초자치단체가 철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수막 철거가 늦어지면서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직장인 서보욱(37) 씨는 "출근길 길목마다 현수막이 보여 흉하다"며 "선거 현수막을 달 수 있는 장소를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주부 김정선(32) 씨는 "얼마 전 4살 된 딸이 현수막 때문에 신호등이 안 보인다고 하더라. 혹시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짜증도 난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들도 철거되지 않는 선거 현수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선인가 철거하는 게 원칙인데도 이를 모르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 탓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공직선거법만 생각하고 현수막을 놔뒀다간 쏟아지는 민원을 감당할 수 없다"며 "당선인 등이 자진 철거할 때까지 기다리면 주민들이 불편해하니까 구청이 직접 나서 철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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