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히가시타니 사토시 지음/ 신현호 옮김/ 부키 펴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참석한 강연회에서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을 향해 "최근 30년 동안 현대 경제학은 좋게 말하면 깜짝 놀랄 정도의 무기력함을 드러냈으며, 나쁘게 말하면 사실상 가해자인 채로 계속 지내 왔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경제학계에서 마술 같은 처방전을 잇달아 발표하며 전 세계를 향해 정책 제언을 쏟아내던 신무역이론의 개척자 폴 크루그먼이다. 하지만 그도 화려한 '영광'만 간직한 것은 아니다. "IT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으로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고, "NAFTA(북미자유뮤역협정)는 미국의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가 미국 내 대규모 실업 사태가 촉발되자 반성문을 발표하는 '패배'의 순간을 맛봐야 했다.

이 책은 크루그먼을 비롯해 지금 이 순간까지 경제정책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20세기 핵심 경제학자 14명의 대표적인 이론 및 영광과 패배의 순간들을 한 권에 담은 현대 경제학 입문서다. 지금껏 애덤스미스나 마르크스 같은 이미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경제학자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케인스에서 크루그먼, 드러커, 루커스, 게리, 민스키, 포스너, 스티글리츠 등 최근까지 생존했거나 현재도 맹활약 중인 현대 경제학자들을 한꺼번에 소개한 입문서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복잡한 그래프나 수식은 거의 등장시키지 않은 채 경제학자의 인생 속 명장면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 또한 경제학자들의 주요 저작들을 정리해, 현대를 대표하는 40여 권의 경제학 명저에 다가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416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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