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던 중 뒤에 사람이 따라오기에 열린 문이 닫히지 않게 붙잡고 서 있었다. 경상도 사람 아니랄까 봐 고맙다라는 말은 쑥스러워 못하고 "아, 네~" 하면서 감사의 목례를 보낸다. 슬쩍 돌아봤더니 그 사람도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있다.
'랄랄라~.' 아침 출근길 기분이 좋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아기를 업은 엄마가 링거 수액을 맞고 있는 딸아이를 앞세우고 타려 했다. 냉큼 링거 폴대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여놓아 주었다. 젊은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자 어린 환자 아이도 "고맙습니다"라며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오! 우리 꼬마 아가씨 인사도 잘하네. 이제 다 나았나 보네' 하면서 격려를 보낸다.
출근길 일상의 사소한 긍정이 퍼져 나간다.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미세하고 잔잔한 파도지만 모이고 모여서 긍정과 감사의 큰 파도가 될 것이다.
근래에 와서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지만 불임환자가 늘고 있다. 대부분 불임환자들은 가족과 주변의 걱정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해도 '임신이 조금 늦게 될 뿐'이라고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부부의 경우, 임신 성공률이 높다. 반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표정이 어두운 부부에게는 온갖 치료를 해도 임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며 동료 직원들과 환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K간호사. 결혼 후 이제 갓 서른을 넘기며 예쁜 딸을 두고 있는데 가슴에 작은 멍울 같은 게 만져져서 검사를 했더니 유방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모두들 놀라고 걱정스러워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데, 정작 K간호사는 생글생글 웃으며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병원에 근무하지 않았다면 많이 진행된 후에야 알았을 텐데"라며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켜 준다. 그녀의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가 유방암을 이기고 다시 일상으로,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이라는 걸 우리는 믿고 있다.
작은 병에도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한 병인데도 긍정과 감사로 임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얼마나 다행한 사람인지, 행복한 사람인지 잊고 지낸다.
누군가가 이렇게 기도했다. '걸을 수만 있다면, 설 수만 있다면, 들을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었습니다'라고. 이러한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 앞에서는 불임도, 암도 설 자리가 없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건강과 행복의 나라로 인도해 줄 것임을 알고 있다.
박경동 효성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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