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말(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말들이 많다. '아베를 한국에 데려다 놨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의 일본 및 식민지시대의 입장 때문이다. '식민지시대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기에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느 편 주장이 맞을까? 모든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에 잘잘못을 가리지 못하는 기호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러면 말이란 무엇일까?

"말이란 상식적인 선에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을 받을 때 그 표현은 인정된다." 말이란 기호에 대한 전문가들의 정의를 종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국무총리 후보자의 말은 맞는 말일까. 틀린 말일까는 답이 나오리라.

사회생활 중에서 어쩌면 말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말 한 번 잘못해서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평생 '주홍글씨'를 가슴팍에 새기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인들이 이럴진대, 사회 지도층은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한 국회의원은 방송국 아나운서에 대해 표현을 잘못하다 자신의 위치를 송두리째 잃기도 했고, 어떤 유명한 교수는 여제자에 대해 친근하다고 한 말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사회적 유명세를 잃기도 했다. 이쯤 되면 말이란 것은 정말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우리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물론 자신이 그런 위치에까지 갈지를 몰랐을 수 있다. 또 더 강조하거나 편하게 이야기한다고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옛 속담 '방 봐가면서 똥을 싸라'는 것처럼 상황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표현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하는 것이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말하기 교육은 교과과정에조차 들어가 있지 않을까. 너무 말에 대해서는 관대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정작 말에 의해 상처를 입는 쪽은 늘 약자들이다. 즉,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더 말에 대해 상처를 많이 받는 위치에 있다. 이익집단인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살인사건 원인 분석 결과, 신체적 폭행보다는 언어폭력 때문에 일어난 것이 두 배에 가깝게 많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그만큼 인간들은 말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나아가 말에 의한 상처는 살의를 유발할 만큼 깊고 자극적인 것이다.

흔히들 칼로 찔린 상처보다 말로 찔린 상처가 더 깊고 오래간다는 말을 한다. 말조심하고 볼 일이다. 천사와 악마의 차이는 그 모습에서가 아니라 그가 하는 말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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