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만9천 명을 수용하는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은 23일 한국-알제리전 시작 4, 5시간 전부터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마치 '12번째 태극전사'가 대규모 원정 응원에 나선 듯했다. 하지만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대~한민국'을 외치지도, '오! 필승 코리아'를 노래하지도 않았다. 물론 '까만 머리'도 아니었다.
이들은 이 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브라질 명문 프로축구팀 'SC 인테르나시오나우'의 팬들이다. 붉은색 티셔츠에는 인테르나시오나우의 후원사인 'BANRISUL'(히우그란데 도 술 주립은행)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1909년 창단된 인테르나시오나우는 둥가'오스카 등 브라질 국가대표들을 다수 배출했으며, 역시 이 지역을 연고로 하는 '그레미우'와 라이벌 관계다.
경기장 왼쪽(전반전 한국 진영) 골대 뒤쪽에 자리 잡은 '진짜 붉은 악마'는 경기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브라질'미국'파라과이 등지에서 온 교민까지 합쳐도 알제리 응원단에 수적으로는 열세였지만 조직력은 앞서 보였다. '붉은 악마'는 선수 입장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추도하는 '0416 승리를 바칩니다'라고 새긴 2차전 메시지를 대형 펼침막을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응원단은 전반 26분 선제골을 내줬을 때도 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을 목청껏 격려했다. 포르투 알레그리로 이민 온 지 42년째라는 조원재 씨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이역만리 타향에서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시 뒤 추가 골을 연달아 내주자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알제리를 잡고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전반전에만 3골을 내주며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채 대각선 방향에 약 2천 명이 모여 있던 알제리 응원단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분위기였다. 후반전 한국이 추격 골을 터뜨리면서 잠시 활기를 되찾기도 했지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알제리 응원단과 달리 경기 종료 직후 대부분 곧바로 운동장을 떠났다.
경기장 주변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상공에서는 경찰 헬기가 계속 감시활동을 폈고, 쿠이아바에서의 1차전 때보다 경기장 주변 검색'검문도 강화됐다. 브라질 정부가 안전대책 강화에 나선 것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무단 진입 사건의 영향으로 보인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는 이달 15일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경기에 이어 18일 칠레와 스페인 경기에서도 축구 팬들이 임시 벽을 무너뜨리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 앞서 미디어센터에는 알제리전을 응원하려고 온 MBC '무한도전'의 유재석'노홍철 등 연예인들이 찾았다. 유재석은 경기 예상 점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이 2대0으로 이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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