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한민국은 연초부터 농민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농업강국 칠레와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해였다. 농민들은 '우리나라 농업이 공멸할 것'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특히 포도 농가의 반발이 심했다. "칠레산 포도가 수입되면 다 망할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일부 농가는 포도밭을 갈아엎기까지 했다. 정부는 폐업 지원금을 지불해 농민들을 달랬다. 이렇게 지원된 폐업 지원금만 2천400억 원이었다.
이는 기우였다. 포도시장이 개방되자 우리 농가들은 자생력을 더 키웠다. 거봉이나 청포도 등 고품질 포도를 생산해 정면 대응했다. 우리 입맛엔 우리 포도가 맞았다. 우리 농민들이 승리했다. 우리나라 포도 농가의 수입은 지금 두 배가 됐다. 포도나무를 갈아엎었던 농민들이 다시 포도 농사로 돌아왔다.
2012년 한'미 FTA를 체결할 때는 소고기 시장 개방 확대를 두고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국 축산 농들이 '축산업은 다 망했다'며 연일 시위에 나섰다. 한우단체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축산농이 붕괴되고 이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우 반납 시위'를 벌였다.
이 역시 기우였다. FTA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오히려 20% 줄었고 우리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은 20% 늘었다. 축산 농들은 우리 입맛에 맞는 고급 한우를 내세워 승부했다. 국민들은 한우를 찾았고 수입소고기를 외면했다.
지난 주말 정부가 쌀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20년 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후 쌀 관세화를 미루면서 쌀 의무 수입량을 늘려 왔는데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대만처럼 높은 관세를 물리는 대신 쌀 시장 문을 열기로 했다.
역시 농민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쌀 시장을 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무리다. 쌀 시장 개방을 연기하게 되면 의무수입량이 늘게 되고 피해는 훨씬 커진다. 무엇보다 우리 쌀 농가들이 이제 국민 입맛에 맞춘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있다. 수입쌀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자부심도 가질만하다. 국내 과수농이나 축산농이 농축산물 수입 개방으로 망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쌀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쌀시장 개방 반대 목소리에선 포도나 소고기 시장 개방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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