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들 감성의 민낯 그대로…"어엿한 작가 됐죠"

대구시교육청 책 쓰기 프로그램

책 쓰기 프로그램은 대구시교육청의 대표적인 교육 브랜드다. 이 프로그램은 1년 동안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 책으로 엮어내는 교육 활동.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2009년 닻을 올린 것이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 4만 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정식 출판된 책은 112권에 이르고 있다.

이달 11일 대구여고 강당에선 '2014 학생 저자 책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번에 선보인 학생 작가들의 책은 '글 꽃, 피다'를 비롯해 초교생 10권, 대구북중의 '가지 못한 길' 등 중학생 9권, 대구자연과학고의 '동감' 등 고교생 15권 등 모두 34권. 시교육청이 지난해 책 축제에 출품된 작품 500여 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 우수 작품 34편을 선정해 출판을 지원한 것이다. 이번에 매일신문사를 통해 출판된 책 6권과 그 책을 쓴 학생 작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대구여고 학생들의 꿈 이야기

대구여자고등학교 책 쓰기 동아리 '꿈길' 소속 학생 7명은 'Tell A Vision'(텔레비전)이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여고생 7명은 패션 디자이너와 회계사, 피디 등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음악과 환경 문제, 소소한 일상과 추억 등 다양한 소재로 글을 썼다. 3학년인 황규리, 송현지 학생은 각각 '환경, 어디까지 아니?'와 '한국 대중음악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데 이어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다(한소현) ▷열일곱 진피디의 3대 작품(진세원) ▷roopretelcham(루프리텔캄'이주현) ▷누구나, 성장통은 있다(김유진) ▷내 마음이 들리니?(강채원) 등 2학년 회원들도 글솜씨를 선보였다.

학생들이 책을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데다 글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김유진 양은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맴도는데 그걸 글로 표현하려니 상당히 어려웠다"며 "다른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하러 야외로 나간다고 신이 나 있는데 나는 글을 고치느라 컴퓨터실에 박혀 있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책에는 10대 여고생들이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강채원 양은 "10대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에 진로와 공부에 대한 고민, 이성 관계와 여학생들의 패션, 어머니와의 관계 등에 대해 솔직히 적어봤다"며 "부모님들이 이 글을 한 번 읽어보시고 우리 또래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각이 성숙해지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게 됐다는 게 학생들이 꼽는 책 쓰기 활동의 장점. 진세원 양은 현직 피디와의 인터뷰, 제작하고 싶은 프로그램 기획서, 피디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적었다. 진 양은 "처음엔 어떤 분야, 어떤 내용에 대해 글을 써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는데 이렇게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너무 뿌듯하다"며 "글을 쓰면서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힌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을 지도한 임채희 교사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참신한 내용을 적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책 쓰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라며 "자신을 다독여가면서 종착역에 다다른 일곱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포산고등학교 학생들의 눈에 비친 세상 이야기

'두드림'은 대구 포산고 책 쓰기 동아리 '꿈꾸는 아이들' 5기 학생 17명이 엮은 책이다. 자신들의 생각과 꿈을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이용해 표현했다.

이 책을 내는 데 참가한 3학년 학생은 모두 12명. 강보배 양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들'을 비롯해 ▷흑조꽃(고영민) ▷전학(권세승)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김선혜) ▷정류장(김예진) ▷P와 A(도지수) ▷엄마의 일기장(류청아) ▷상담(최경주) ▷다이너마이트(표지영) ▷달(양지석) ▷나의 꿈, 나의 진로(이이호) ▷A(한유정) 등이 책에 수록됐다.

2학년 학생들의 작품은 모두 5편. 문혜연 학생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을 뻔한 사건'을 비롯해 ▷꿈을 꾸면서(손수진) ▷'늑'대 '소년'(손희정) ▷감기(이진경) ▷한본새(전민경) 등이 그것이다.

동아리 부장인 김예진 양은 가족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정류장'을 썼다. 김 양은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구상하고 보완하다 보니 마지막에 남는 것은 진짜 내 감정을 드러내는 글이었다"며 "이야기를 억지로 꾸미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쓰다 보니 이번 활동이 더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했다.

양지석 군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국 전통예술과 민속극 등 우리 문화를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 대학에 진학해 전공하고 싶은 것도 한국예술 분야다. 이번 책에도 양 군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양 군의 글인 '달'은 달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원시 여신상'(로셀의 비너스)에서 신윤복 화백의 '월하정인도',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까지 연결지어 풍부한 우리 문화를 소개한 것이다.

양 군은 "어떤 소재로 글을 쓸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바라본 하늘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달이 눈에 들어와 소재를 달로 정했다"며 "이 글을 쓰면서 전통예술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더욱 굳어졌다"고 했다.

동아리를 지도한 김창홍 교사는 책 쓰기 활동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동아리의 이름처럼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룬다면 어떤 모습일지 글을 통해 펼쳐보였다"며 "스스로 고민한 흔적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는 게 대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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