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아, 대흑천신이여

얘야, 남을 위해 자기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니?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일인 만큼 몹시 힘들 거야. 정확한 판단과 용기도 필요하고….

중국 운남성에 가면 마을마다 마을을 지켜주는 신(神)을 모신 사당이 있어. 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태어나는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결혼하면 결혼하는 대로, 죽으면 죽는 대로 이 사당을 찾아가 기뻐해 주고, 낫게 해 주고, 축하해 주고, 좋은 곳에 가게 해 달라고 빈단다.

먼 길을 떠날 때에도 반드시 이 사당에 들러 무사히 다녀올 수 있게 해달라고 비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 모든 생활이 이 사당에 모셔진 신과 함께하는 것이지.

신의 종류도 여러 가지야.

어떤 마을은 황소를 신으로 모셔 놓았어.

이 황소신은 어느 해 마을에 홍수가 났을 때 둑이 무너지려 하자 물이 넘치는 곳에 앉아서 물이 넘는 것을 막아주었대.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황소를 신으로 모시고 그 형상을 만들어 사당에 모셨대.

그런데 가장 많이 모셔진 신은 바로 검은 얼굴에 온몸마저 새까만 대흑천신(大黑天神)이래.

얼마나 훌륭했으면 대흑(大黑)에 천신(天神)이라고까지 했을까? 그리고 몸은 왜 그렇게 검게 된 걸까?

이 대흑천신은 원래 하늘의 옥황상제를 모시는 장수(將帥)였다고 해.

"아니, 저럴 수가 있는가? 저렇게 나쁜 짓을 일삼다니!"

어느 날 옥황상제가 땅 나라를 내려다보다가 화를 벌컥 내었어.

"안 되겠다. 정신을 차리도록 벌을 내려야겠다. 이 병균들을 땅에 뿌리고 오너라."

병균이 가득 든 병을 받아든 대흑천신은 망설여졌어.

'어떻게 하지? 아무리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한다지만 이 병균을 뿌리면 모두가 죽게 될 텐데.'

대흑천신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어.

그러다가 주먹을 굳게 쥐고 일어났어.

'그래, 나쁜 사람은 혼내 주어야 하겠지만 이 병균을 뿌리면 착한 사람들도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느니 차라리 내가 먹고 죽자.'

이렇게 생각한 대흑천신은 그만 그 병 속에 든 병균을 꿀꺽 삼키고 말았어. 그리고는 그 병균이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입을 굳게 다물었어.

"으으 으으!"

그래서 대흑천신의 온몸은 그만 새까맣게 변하고 말았어. 그리고 너무 힘들여 참았기 때문에 눈알이 툭 튀어나올 정도였고…….

"아아! 우리를 살리려고!"

사람들은 땅을 치며 슬퍼했어.

그래, 대흑천신은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했던 거야. 그래서 대흑천신은 마을마다 사당에 모셔지고 영원히 존경받고 있는 것이지.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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