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41'가명) 씨는 골드 미스다. 자주 이사하는 것이 귀찮아 작은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오피스텔을 산 것 말고는 돈을 모으는 것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월급을 받아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특별히 돈을 모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흔한 보험도 하나 없다.
"주로 소비를 즐긴 편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 외에 돈을 모아야겠다는 목적이 없었기에 재태크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솔로 생활을 즐기던 김 씨도 최근 들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이제 10~15년 정도 더 직장생활을 하면 은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골드 미스인 친구가 암에 걸렸다. 그런데 정말 암보험 하나 없었던 것이다. 친구는 부모님의 형편도 여의치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친구의 곤경을 보면서 당장 암보험부터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돈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다. 이제부터라도 자산을 모으는 데 관심을 갖기로 했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진 않았겠죠.'
◆새로운 출발은 재무목표 설정부터 시작
김 씨의 재무목표는 큰 질병 등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목돈 마련과 은퇴자금이 가장 중요한 재무목표에 해당된다.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경제적인 활동이 어려울 경우 생활비 및 의료비를 위해 목돈 1억원을 모을 것을 첫 번째 재무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은퇴자금은 은퇴 시뮬레이션을 통해 필요 자금을 매월 저축하기로 했다.
특히 지금까지의 지출 습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그동안 저축은 별도로 하지 않았고 월급통장에 모아두고 사용했다. 명품 구입에도 상당한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철저하게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우선 월급통장에 있는 700만원으로 신용카드 대금잔액 500만원을 정리하자. 카드사 고객이 사용한 카드대금 중 일정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되어 자동 연장되는 결제방식인 리볼빙은 김 씨의 과소비를 가져온 주범이었다.
매월 저축과 지출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기본. 김 씨의 세후 실수령액은 400만원. 여기서 저축금액,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보험료, 실손의료비와 암 등 보장성 보험료에 지출되는 돈을 뺀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동안의 씀씀이를 생각하면 실행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골드 미스이기 때문에 사망보장을 주목적으로 하는 종신보험은 가입하지 않아도 되겠다. 실손의료비보험과 암보험에 충실하자. 15만원 정도면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보험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경우가 있고 반면에 보험을 과다하게 가입한 경우도 많다. 두 가지 모두 잘못된 재테크 습관이다. 재무설계의 우선순위는 위험관리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경제적 안전장치가 없다면 자산관리는 사상누각이다. 보험을 달가워하지 않은 김 씨지만 기본적인 보험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5년 동안 종자돈 1억 만들기
우선 종자돈 1억원 만들기부터 시작해보자. 한번 종자돈이 만들어지면 그다음부터는 자산을 형성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그때부터는 돈이 돈을 불려나간다. 만약 김 씨가 지금부터 5년 동안 종자돈 1억원을 모을 수 있다면 이 돈 1억원을 연 복리로 7.2%의 수익률로 굴리면 10년 후에는 두 배로 만들 수 있다. 즉, 김 씨가 5년 동안만 저축해 1억원을 만들고 다른 저축을 하지 않아도 지금부터 15년 후 김씨의 수중에 2억원이 만들어진다. 김 씨는 종자돈 1억 원을 만들기 위해 매월 140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정기적금을 하기엔 금리가 너무 낮다. 그래서 정기적금과 적립식 펀드에 나눠 넣기로 했다. 정기적금으로 5년 동안 저축을 하면 원금 8천400만원, 여기에 연수익률 3%로 굴리면 이자가 붙어 9천만원 정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140만원 중 40만원은 정기적금에 넣고 100만원은 적립식 펀드로 굴리면 5년 후에 약 1억원(정기적금 3%, 적립식펀드 수익률 10% 가정)이 조금 넘는 돈을 모을 수 있다.
주식펀드라고 지레 겁먹지 말자. 매월 일정한 금액을 주식시장의 시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산투자, 장기투자의 원칙을 잘 지킨다면 큰 어려움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50만원은 대형 성장주 스타일의 펀드에 넣고, 50만원은 중소형 가치주 스타일의 펀드에 넣어 분산투자하자.
◆골드미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노후설계
김 씨의 노후준비는 직장에서 들어가는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이 전부다. 그러나 골드미스에게 가장 중요한 재무목표는 은퇴자금 마련이라 할 수 있다. 골드 미스가 아니더라도 여성의 노후준비는 남성의 노후준비보다 훨씬 중요하다. 여성의 노후기간이 남성의 노후기간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여성은 혼자 사는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이 혼자 사는 기간이 길다는 것은 필요한 생활비와 의료비 등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성은 국민연금 등 연금소득 준비도 남성보다 약하다. 여성의 노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비단 경제적인 어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골다공증, 치매, 암, 우울증 등 고질적인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은퇴 후 이런 문제들을 피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인 대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김 씨도 지금부터 매월 100만원씩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해야 한다. 변액연금보험에 은퇴할 때까지 저축하는 것이 좋겠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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